지난해 12월 FTA 위반 여부 판정 전문가 패널 설치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나라와 유럽(EU)간의 무역분쟁에도 맞물려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우리나라가 노동자 단결권 보장을 포함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ILO 비준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가 FTA 위반이라는 판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 ‘노동권 후진국’의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정부는 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안 3건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EU는 지난해 4월 한·EU FTA에 따라 우리나라가 이른 시일 안에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등을 포함한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같은해 12월 FTA 위반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갖는 공식 절차인 전문가 패널 소집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FTA를 체결한 만큼 한국도 EU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압박했다.
전문가 패널은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제13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에 의거, 설치됐다. 당사국인 우리나라와 EU 측 각각 1명과 제3국 국적 의장 등 3명으로 구성됐다. 우리 측 패널에는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정됐다..
EU 측 패널에는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가 선정됐고, 의장은 한국과 EU 양측 협의를 거쳐 토머스 피넌스키 미국 변호사로 정해졌다. 그러나 패널 의장이었던 토마스 피난스키 변호사가 4월초 갑작스러운 건강상의 이유로 별세, 양측 패널은 후임 의장으로 질 머레이 호주 멜번대 교수를 새로 선임했다.
‘코로나19’로 지난 3월 초부터 국가간 이동제한이 본격화되면서 양측은 대면 심리가 어려운 상황으로 심리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패널절차 개시한 후 이해관계자 의견 제출(10일내) → EU측 서면입장 제출(20일이내) → 우리측 서면입장 제출(45일 이내) → 심리 → 패널보고서 발간 순으로 진행돼야하지만 코로나19로 절차마다 일정 조율이 필요한 상태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채택되면 한국과 EU의 정부간 협의체인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는 권고 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전문가 패널이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부족하다며 FTA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한국은 세계 최초로 FTA 노동 관련 조항을 위반한 국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노동의 문제를 넘어 실제적인 경제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핵심협약 미비준에 대해 한-EU FTA 분쟁해결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분쟁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걸맞는 국격을 지키고, 분쟁 리스크 등을 해소하여 국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ILO 핵심협약 비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