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은 꿈의 직장…정규직전환으로 일원되는 것은 특혜”
여권 잇단 ‘인국공 사태’ 옹호 발언에 불만 더 커졌다는 시각도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재직 중인 젊은 층의 분노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된 노동시장 속에서 시험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잣대로 여겨지는 관행을 완화하기 위해 직무별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공기관 취업준비생과 재직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공공기관일수록 더욱 공정한 채용 절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취준생 남모(29)씨는 공공기관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아무나 지원할 수 없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학력, 경력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채용하는 사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어학 점수, 자격증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추면 취업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에게 공공기관 중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는 지원조차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직장이다. 남씨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한국폴리텍대에서 각각 9개월과 6개월간 체험형 인턴을 하며 장기간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남씨는 “사기업은 자격이 안돼 지원하지 못하고 공공기관만 지원하고 있다”며 “인천공항은 고토익과 고스펙을 요구해 써 보지도 못한 곳”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을 거쳐 한 공공기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임모(31)씨 역시 “인천공항은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최종적으로 가고 싶어하는 직장”이라며 “토익 만점을 받지 못해 인천공항은 지원할 생각조차 못 했다. 단순 정규직 전환으로 그런 직장의 일원이 된다는 건 큰 특혜고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취준생과 재직자들은 직접 고용은 물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조차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남씨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은 좋은 취지이기는 하나 전환될 자회사도 공공기관의 성격을 갖는다면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인천공항에서 일했던 경험이 ‘경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씨 역시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솔직히 편법이다. 이들이 처음 고용된 과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아르바이트 채용이나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들어온 이들이 공채를 통해 들어온 이들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사 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점을 비판했다. 임씨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문성에 대한 기준을 인천공항에서 판단, 제시했어야 한다”며 “노동자와 사측 등 이해당사자들이 다방면으로 논의하고 시행했으면 좋을 텐데 정부가 독단으로 진행해 반발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잇달아 나온 비정규직 전환에 대한 옹호 발언이 오히려 청년층의 분노를 돋웠다는 의견도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 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이라며 논란의 본질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로 지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공정성’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시험제일주의’를 줄이고 직무별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젊은 층들은 어차피 불평등한 노동 구조를 타파할 방법이 없으니 공공기관에서 학력·성별·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블라인드로 채용하던 방식이 공정하다고 생각해 전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끼어든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직무에 맞게 평가해야 한다. 기존의 시스템을 통해서는 공채를 준비하던 젊은 층이나 전환될 비정규직 노동자 양측에서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