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87%, 외환위기, 금융위기 이은 역대 3번째 낮은 인상률

근로자 월급이 3.9%~6.6% 인상 감안…6.6% 인상 시 9157원

심리적 저항선인 9000원 이하, 8900원대 후반 시나리오도 나와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이 29일로 다가온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과 9000원대 초반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엔 2.75% 인상됐고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8590원)도 2.87% 인상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얼마…동결과 9000원대 초반 사이 [법정시한 넘긴 최저임금]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헤럴드DB]

29일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노동계는 지난해 역대 3번째로 낮은 2.87%의 인상률을 기록한 만큼 올해는 더 큰 폭으로 올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임금 지급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대폭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의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차이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노사는 법정 시한인 이날까지 내년 초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3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9일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8590원)보다 25.4% 오른 1만770원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노총 역시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은 민주노총에 공감하지만 인상폭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르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월급은 2.8%, 일반근로자는 월급이 3.9~6.6% 인상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6.6%로 가정하면 9157원, 지난 3년간 평균 인상률(10.06%)로 가정하면 9454원이 나온다. 종합하면 9000원대 초·중반으로 1만원 이내라는 얘기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만원 이하에서 (최저임금 요구안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동계의 최초 제시안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조율을 거쳐 노동계 공동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인상폭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중소 영세사업장이나 소상공인이 지난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경영난을 겪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만큼 ‘합리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가운데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25일 2차 전원회의에서 “IMF에서 우리나라 올 경제성장률을 -1.2%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며 “고용 상황과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고용하는 사람과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눈높이에 맞춰서 결정돼야 한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3일 2018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처음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된 근로자들이 다른 임금계층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최저임금 심의가 노사 요구안을 토대로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고용노동부 안팎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심리적인 저항선인 9000원 이하, 8900원대 후반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오는 8월 5일이다. 이의신청 기간 등 행정 절차(약 20일)를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