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놓고 여권 ‘강압수사’ 주장
정치자금 공여자 동료 재소자 ‘강압’ 증언
법원 10년전 ‘유무죄 판단 영향없다’ 명시
문제 있었어도 재심 청구 근거 어려울 듯
대검 감찰·인권부 ‘강압여부’ 투트랙 조사
검찰의 정치개입 목적 강압수사냐, 부패 정치인에 대한 정당한 수사냐.
여권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들고 나오고 있다.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전 대표에 대한 강압수사 의혹과 주요 증언자들에 대한 말맞추기 공작을 했다는 정황을 언급하며 최근에는 “재판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검찰이 당시 서울시장 선거 개입 의도로 수사에 착수했다거나, 한만호 씨가 검찰의 압력으로 인해 위증을 했다는 점은 이미 재판을 통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이다. 한만호 씨가 작고한 이상 동료 수감자였던 최모씨와 한모씨가 뒤늦게 강압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당시 한만호 씨의 변호인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었고, 최근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는 한모씨의 대리인인 법부법인 양재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몸담았던 곳이다. 한명숙 전 총리 변호를 맡았던 로펌이기도 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한 전 총리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기헌 의원은 “한명숙 사건은 재판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검사는 강제 수사에 가깝게 재소자를 불러 수사했는데 그런 수사 과정에 관해 법원이 아무런 인식이 없었다는 점이 굉장히 이상했다, 재판 중에 검사가 그 사건에 관해 계속 수사하는 것에 대해 (법원은) 어떤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만호 씨의 교도소 수감 시절 동료 재소자였던 김모씨와 최모씨는 법정에서 증언을 했다. 한씨는 수사팀이 증언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법정에 세우지 않았다. 한 씨는 사기와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동료 재소자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한만호 씨의 법정 증언과 무관하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한만호 씨의 동료 재소자였던 김씨와 최씨의 증언은 믿을 수 없는 것이어서, 둘의 주장이 정치자금 공여자인 한만호 씨의 증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씨와 최씨의 진술 내용과 무관하게 한씨의 증언을 가지고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한만호 씨가 검찰 단계에서는 9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1심 공판에서 이 진술을 뒤집은 부분도 위증죄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검찰이 한명숙 총리에 대해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주장 역시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이미 다뤄졌다. 2010년 1심 재판에서 한 전 총리 변호인단은 검찰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의견에서는 “한명숙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이 무죄가 나오자 검찰이 실추된 명예와 충격을 완화하고,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중 한 사람이었던 한 전 총리에게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악의적이고 정치적인 사건으로서 소추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0년 3월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에게 수억원을 건넸다는 내용의 제보가 들어온 점, 조사 이후 한달만에 이 제보를 뒷받침할 채권회수 목록이 발견된 점, 검찰이 수사를 상당 부분 진전시키고도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기소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채권회수 목록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가 일부를 되돌려받았다는 한만호 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물증이었다.
한만호 씨의 동료 수감자를 자처하는 한씨는 대검에 자신이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진정을 냈다. 이 사건을 놓고 대검은 징계시효 5년이 지났기 때문에 당시 수사 검사들이 강압수사를 했는지 여부를 감찰할 근거가 없다고 보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사건을 내려보냈다. 반면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 진정 내용을 대검 감찰본부에서 다루도록 지시했다. 결국 한씨의 강압수사 주장은 대검 감찰본부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투트랙’으로 판단을 받게 됐다. 하지만 실제 강압수사가 있었는지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검 감찰본부에서 징계시효가 지났지만, 타인을 처벌받도록 만들기 위해 허위 증언을 했다는 ‘모해위증죄’ 교사 혐의를 당시 수사팀 검사들에게 적용한다면 감사가 아닌 수사를 개시할 여지는 있다. 이 경우도 모해위증죄 공소시효가 남아있는지를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수사를 통해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더라도, 한명숙 총리 재판에서 한씨의 진술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은 이상 유죄 판결을 뒤집을 재심 근거로 쓰기는 사실상 어렵다. 좌영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