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제2 와이어링 하네스 악몽’ 촉각

1분기 4조 영업손실 정유사 유가급락 긴장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우려가 고개를 들자 주요 수출 제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 중단과 자금난, 신용등급 강등이 쓰나미처럼 덮쳤던 지난 3월의 경영 위기가 재차 닥칠 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요 제조업들은 이미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 등으로 재고량이 급증하며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할 경우 항공, 여행업 등에 국한됐던 1차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제조업 전반의 경영난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후반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고조되며 미국의 금융 시장이 출렁인 데 이어,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학진자가 급증하자 기업들은 자금 조달 시장과 수출 시장, 주요 제조 현장에 대한 비상 대응 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의 코로나19 환자 급증은 그나마 글로벌 제조 현장 중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중국 제조 공장들에 일대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어서 자동차 제조업체 들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입었던 자동차업계는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명을 넘어서자 ‘제 2의 와이어링 하네스’ 악몽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와이어링 하네스로 인해 현대차는 울산과 전주 아산 등 국내 전 공장이 가동 중단된 바 있다. 자동차 업계는 당시 국내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부품조달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지만, 여전히 완전한 공급망 다변화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완성차업계는 글로벌 수요 감소와도 사투를 벌이고 있어 코로나19 2차 유행은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7.6% 줄어든 9만5400대에 그치며, 2003년 7월 이후 16년 10개월 만에 월간 수출이 10만대 아래로 떨어져 있다.

재고 급증에 따른 타격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 주요 제조업들의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 장기간 경제 봉쇄가 이뤄진 북미와 유럽 등지의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량 급증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굴삭기를 제조하는 현대건설기계 울산 공장은 이달 1일부터 5일간 휴업에 들어간 데 이어, 이날부터 19일까지 5일간 재차 휴업에 돌입한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북미와 유럽 시장 등의 판매량 변화에 따른 조업일정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 또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군산공장과 인천공장 등에서 각각 8일과 이틀씩 총 10일의 휴업을 단행한 바 있으며, ㈜두산의 산업차량BG 인천공장은 이달초부터 16일까지 총 8일간의 생산 중단을 진행 중이다.

1분기 4사 기준 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정유업계는 배럴달 40달러를 넘어서던 유가가 다시 30달러대로 급락하자 긴장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의 반등이 실물의 회복이 아닌 과잉 유동성에 따른 심리적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여전히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대적인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으로 현금을 확보한 정유사들은 2분기에도 상당한 폭의 적자를 각오하고 있다.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3월 셋째주 마이너스에 들어간 이후 13주 연속 마이너스 상태에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요 제조업들은 결국 코로나19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그야말로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라며 “하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연말께는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기업의 줄도산이 우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