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4일, 불에 타 무너졌던 숭례문이 다시 국민 앞으로 돌아왔다. 국보 제1호를 다시 찾았다는 설렘도 잠시, 숭례문의 단청은 ‘전통 방식(?)’ 작업에도 한 달 만에 섬뜩한 산죽음(Undead)의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는 그의 책임이 아닌데도 변영섭 당시 문화재청장을 경질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7년이 흘렀다. 망각이 위로가 되는 것도 잠시다.

매일 출근하며 숭례문 단청을 본다. 박락도 박락이지만 일본화의 가짜 싸구려 색이 산화돼 유령이 나올 것만 같다. 그간 문화재청은 ‘고궁 스테이’ 등 쉽고 겉만 화려해 보이는 일은 많이 했다. 하지만 정작 해야 할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나 숭례문 단청 복원은 진전이 없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시와 협의가 필요한 일이니 시간이 걸린다 치자. 숭례문 단청은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 물론 문화재청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0월 특허기술 ‘안료 분별 방법’을 민간 기업에 이전했다. 그리고 전통문화대학교에서도 지난해 5월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아교(갖풀)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2013년 숭례문 복원 때 쓰인 아교는 전통 방식에 의한 아교가 아니었음을, 문화재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에서 젤리와 의약품 캡슐에 쓰이는 질 좋은 천연 젤라틴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전통 방식이라는 명분으로 아교를 생산한다면, 아교에 쓰이는 소가죽을 조달하기 위해 소도 전통 방식으로 여물을 먹여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전통을 찾아 끝없이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과연 적절한지 창발적 사유(emergence)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거창 수승대 정려각 단청공사를 끝냈다. 천연안료(석채)와 전통문화대에서 생산한 아교를 썼고 일부 공사엔 일본산 아교를 적용했다고 한다. 단청 일부가 뜨고, 변색된 곳이 발견됐다고 한다. 예민한 아교 사용에 아직 서툴다는 이야기다.

기술에 앞서 사람의 검증 문제일 수도 있다. 숭례문 복원 당시 숭례문 단청 적용을 위해 교착제를 책임 연구한 사람이 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 연구자가 또 같은 연구를 하고 그사이 나랏돈은 펑펑 새 나간다. 과신도 이 정도면 죄악이다. ‘전통’을 찾으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무능한 사람에게 똑같은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숭례문의 흉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헤겔의 ‘세계의 밤’을 묘사한 글이 떠오른다.

“주변이 온통 밤이며, 그때 이쪽에선 피 흘리는 머리가, 저쪽에선 또 다른 하얀 환영이 갑자기 튀어나왔다가 또 그렇게 사라진다.”

몸체 없는 부분 대상을, 모양 없는 색깔을 상상하게 된다.

국보 1호를 언제까지 홀대할 것인가. 정부는 3차 추경을 준비 중이다. 국방예산은 3차 추경까지 1조7700억원이 깎인다고 한다. 문화재청 올 예산은 1조903억원이다. 올 중점 투자 사항을 보니 숭례문이나 반구대 암각화 항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예산과 함께 업무도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숭례문 단청 복원공사는 2025년 이후에 시작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문화 분야에 특히 약하다는 쓴소리를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정서적 탯줄과도 같은 숭례문과 반구대 암각화는 이 정부 문화 정책의 시험대일 수 있다. 숭례문에 대해 더 언급하는 것은 가장 적게 언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