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비밀대화 기능을 갖춘 외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수를 따져보면 국내에서 최소한 100만명 이상이 이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아 사용해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수사 당국의 검열 논란에 휩싸이면서, 카톡 이용자들이 검열이 불가능한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국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갈아타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텔레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메신저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30)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벨은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억만장자이다.
파벨은 대학 졸업 직후인 2006년 9월, 친형인 니콜라이 두로프(33)와 함께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브이콘탁테’(VKontakteㆍ이하 VK)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VK는 2007년 2월, 10만 이용자를 달성하고 2008년 4월 이용자 1000만을 돌파하면서 그해 12월 러시아에서 가장 큰 SNS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VK는 구소련 지역 이용자 수가 약 1억명에 달하면서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린다. 이를 통해 파벨은 2억6000만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파벨은 특히 올 초 러시아 정부의 정책에 대항해 러시아를 떠났다. 파벨은 최근 푸에르토리코 동쪽에 위치한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에 25만달러를 기부하고 이 나라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벨은 지난해 11월 시작돼 친러 정권 축출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반정부시위 과정에서 시위 주동자의 개인정보를 넘겨달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VK는 2011년 총선과 2012년 대선 직후 반(反) 푸틴 시위가 러시아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눈엣가시가 됐다.
이에 따라 파벨은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2013년 보안을 강화한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텔레그램은 정부의 검열을 피해 서버도 독일에 두고 있다.
현재 텔레그램의 인기는 전 세계에 걸쳐 치솟고 있으며, 파벨은 올 8월 북유럽 9개국(핀란드 등)의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30세 이하 리더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다.
텔레그램의 핵심은 ‘암호화’다. 모든 메시지가 암호화되고, 지정된 기간 이후에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된다.
특히 비밀 대화방 내용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으며, 메시지 전송도 엄격한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중간에서 이를 가로챈다 하더라도 내용을 알 수 없다.
실제 올 3월 텔레그램측은 상금 20만달러를 걸고 텔레그램의 암호와 메시지를 복원하는 해킹 콘테스트를 열었지만 아직 우승자는 없다.
텔레그램은 이처럼 철저하게 보안에 신경쓴 덕분에 이미 국내 증권가 등에서 암암리에 사용돼 왔다.
한편 텔레그램은 이 앱의 개발 소스코드를 공개해 국내에서 오픈 소스를 바탕으로 개량한 한글 버전들이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텔레그램 측도 이달 2일 트위터를 통해 한글 번역 전문가를 찾는다는 글을 올려, 텔레그램이 직접 한글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