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마윈-투자자 제리 양·손정의 특별한 과거인연 알리바바서 의기투합
손정의, 14년전 만난지 5분만에 투자결정 제리양, 10년전 지분 40% ‘미래 투자’
사상최대 250억弗 IPO규모 알리바바 지난달 美 상장…3인 모두 ‘황금방석’
[베이징=박영서 특파원]무려 250억달러(약 26조원)라는 세계 증시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IPO) 규모를 기록한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로 인해 세 사람이 활짝 웃고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50) 회장을 비롯해 알리바바에 거금을 투자한 야후의 창업주인 제리 양(46)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57) 회장이다. 세 사람간 얽힌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오래된 인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리 양과 손정의의 만남=제리 양은 1968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중국식 이름은 양즈위안(楊致遠)이다. 2살 때 아버지가 폐병으로 사망했다. 영어교사였던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 그와 동생을 부양했다. 10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했다.
제리 양은 고등학교 때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다. 스탠포드대학 전기공학과에 진학한 제리 양은 이 곳에서 야후의 공동창업자가 된 데이빗 파일로와 항상 붙어지냈다. 지난 1994년 두 사람은 인터넷에 흩어져있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세계 최초의 인터넷 기업인 야후를 창립하게 된다.
그때 제리 양은 손정의라는 거물을 만나게된다. 창립 초기 야후는 자금난을 겪었다. 투자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나타난 것이다. 손 회장이 세계 최대 컴퓨터 관련 출판사인 지프데이비스를 막 인수한 직후였다. 당초 지프데이비스는 야후에 투자할 계획이 있었지만 인수합병으로 그 계획은 흐지부지됐었다.
이를 알게된 손 회장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로 날아가 제리양을 만났다. 두 사람은 피자를 먹으며 사업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손 회장은 200만달러를 투자, 야후 지분 5%를 매입했다. 야후의 발전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몇달후 야후와 소프트뱅크는 합작으로 야후재팬을 창립했다. 야후재팬은 일본 최초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였다. 1996년 4월 야후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직전까지 손 회장이 야후에 투입한 총 금액은 1억달러를 넘었다. 그 후 인터넷의 전 세계적 보급에 힘입어 야후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만리장성에서 시작된 제리 양과 마윈의 인연=두 사람은 1997년 베이징의 만리장성에서 처음 만났다. 야후재팬을 성공시킨 제리 양은 휴가차 중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의 첫번째 중국 방문이었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부는 만리장성을 보고싶다는 제리 양을 위해 가이드를 할 직원을 보냈다. 이 사람이 바로 마윈이다. 영어강사 출신인 마윈은 영어가 유창했다.
앞서 마윈은 아내, 친구와 함께 기업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하이보네트워크(海博網絡)’를 설립했으나 실패하자 베이징으로 올라갔다. 베이징에서 그는 대외경제무역부의 공식사이트 개설과 산하 무역업체간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을 맡고있었다.
두 사람은 만리장성을 걸으며 인터넷 시장의 전망을 이야기했다. 제리 양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윈은 인터넷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관심이 무척 많았다”면서 “마윈은 내가 중국 대륙에서 처음 만난 사람 중의 한명이었다”고 회고했다.
2년후인 1999년 마윈은 항저우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를 사무실 삼아 회사를 만들었다. 바로 알리바바였다.
▶마윈에 매료된 손정의=1999년 4월 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 닷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업 초기 마윈은 자금조달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2000년 1월 제리양은 신규 투자처를 물색중이었던 손정의에게 알리바바의 마윈을 소개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30대 중반의 마윈은 베이징을 찾은 손정의에게 자신의 사업계획을 말했다. 얘기를 시작한 지 4, 5분도 되기전에 손 회장이 얘기를 막으면서 “당신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40번 가까이 투자 요청을 거절당했던 마윈은 어리둥절했다.
손 회장은 “사업하는 데 돈이 방해가 되지않아야 한다”면서 “2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14년 이후 세계를 쥐락펴락할 운명적인 선택이었다. 훗날 손정의는 “동물적으로 냄새를 맡았고 눈빛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리 양의 알리바바 투자=제리 양은 2005년 알리바바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 앞서 야후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야후차이나를 설립하고 현지 포털사이트 ‘3721닷컴’을 인수했으나 현지 이용자 층을 확보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다른 투자처를 물색해야 했던 제리 양은 알리바바를 떠올렸다.
2005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미·중 IT경영자 서밋이 열렸다. 이 회의에서 마윈과 재회한 제리 양은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의사를 밝혔다. 당시 알리바바의 매출은 5000만달러로 늘어났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였다. 당시 이베이가 중국시장을 주도하면서 알리바바를 위협하고 있었다. 마윈은 추가자금이, 제리 양은 투자처가 각각 필요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30여분 동안 두 사람은 향후 어떻게 협력관계를 구축할 지를 놓고 얘기를 주고받았다. 결국 야후는 알리바바 지분 40%를 10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를 기반으로 알리바바는 다시 성장세를 거듭하게 된다. 제리 양은 언젠가는 이 주식이 큰 돈으로 변할 것임을 알고있었다. 2008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야후 인수를 시도했다. 당시 MS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는 주당 31달러, 총 446억달러에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공식제안했다. 이후 MS가 인수 제안가를 주당 33달러까지 상향조정했지만 제리 양은 꿈쩍도 하지않았다.
MS는 결국 야후 인수를 포기했고 이후 야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주와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제리양은 2009년 1월 CEO를 사직한다. 2012년 그는 야후를 완전히 떠나게된다.
▶돈방석에 오른 세 사람=알리바바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되면서 알리바바의 주역들도 모두 돈방석에 앉게됐다. 마윈은 알리바바 기업공개에서 1275만주를 매각했다. 공모가로 따지면 현금으로 8억6700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마윈은 나머지 1억9300만주(지분율 8%)는 유지할 계획이다.
야후는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 1억2170만주를 기업공개에서 팔아 세전 금액으로 82억8000만 달러를 챙겼다. 야후는 나머지 4억여주(지분율 16.3%)는 유지하기로 했다. 제리 양이 개인적으로 알리바바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있다. 쫓겨나듯이 야후 CEO직에서 물러났던 제리 양이지만 역사상 최대 상장으로 평가되는 알리바바에 이름을 올리며 이제 화려한 복귀를 꿈꾸게 됐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이번 기업공개에서 알리바바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이에 따라 지분율 32.4%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기업공개는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