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수개월째 막히자 여행객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면세업의 특성상 나라 안팎으로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사업할 여건이 되는데, 코로나19로 인적 교류가 ‘올스톱’ 되니 할인을 하고 사은품 공세를 하는 등 온갖 노력을 해도 모객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4월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들은 11만7737명으로, 전달보다 57% 급감했다. 내국인 역시 23만6625명으로 27% 줄어들었다. 덕분에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9867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면세업계에서 1조원대 매출이 깨진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터졌던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면세업계 입장에선 사드 사태만큼이나 힘든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셈이다.
매출을 늘릴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면세업계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비용 절감이다. 면세점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 지출액 부담이 타 업계에 비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 ‘코로나19’라는 힘겨운 보릿고개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면세업계가 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휴점’이다. 매장 문을 닫으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고객 수가 평년의 1% 수준으로 급감해 현 매출로 인건비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휴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시내점의 경우 임대 조건에 매장의 개·폐점에 대한 특별한 조항이 없는 만큼 시내점부터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이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1일부터 제주 내 시내 면세점을 휴점하기로 했다. 지난 4월부터 정부의 국제선 인천공항 일원화 조치로 제주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이 중단되자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다. 신세계면세점도 강남과 부산점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등 주 2회 휴점을 결정했다. 특히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지난 5월부터 2층 주류&담배와 식품 매장을 임시 휴업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면세점 고정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다. 특히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우리나라 국제공항의 물동량만큼이나 높은 임대료를 자랑한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가 인천공항에 매달 내는 임대료가 850억여원에 이를 정도다. 지방공항은 국제선 이용 고객이 없어 지난 3월부터 문을 닫았지만, 고정 임대료를 내야 하는 롯데는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에 매달 총 60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이고 총체적인 위기는 일개 기업의 위기 대응 매뉴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부 지원이다. 정부가 공항 임대료 추가 인하 등 면세업 지원 대책을 조만간 발표한다고 언급했지만, 몇 주가 지난 지금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홍콩, 스페인 등 주요 국제공항들이 임대료를 면세하거나 계약 조건을 매출 연동제로 바꾸는 등 발빠르게 대응한 것과 대조된다. 코로나19 지원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주저주저하다가는 애써 지원책을 내고도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