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부회장 조사 뒤 기소 유력
승계작업 유무, 합병비율 산정 보고받았는지 핵심
삼성 “합병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26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1년 넘게 끌어온 그룹 경영권 승계 수사가 마무리 수준에 접어들었다. 이 부회장 기소 쪽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에 따라 사법처리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석했다. 장기간 수사한 사안인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 부회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점이 있는지 검토해 왔다. 이 부회장을 기소할지 여부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관여 여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계획됐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에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인정했지만, 자신의 혐의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은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다만 이 부회장 측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주도로 옛 미래전략실에서 주도했을 뿐, 따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거나, 보고받지 못했다는 방어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로 사업 가치를 부풀린 게 아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역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해왔다.
현재까지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을 관련 자료들을 없애려고 한 정황이 있는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57) 부사장 등 8명을 구속기소했고, 이들은 지난해 말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때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증거인멸이어서, 사건의 본류에 대한 판단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팀은 분식회계 혐의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면서 수사를 윗선으로 뻗어가는 데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이후 관련 임직원과 이 부회장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관련자들이 일괄 불구속기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0.35대1 비율로 합병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었는데, 검찰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면서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를 왜곡했다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