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라는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2020년 주거종합계획’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결같은 반응이 나왔다. “낙후된 아파트를 새 집으로 바꾸는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부족하다”라거나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으로 재편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날 정부는 올해도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 수요·공급관리 정책기조 강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월세 신고제로 불리는 ‘임대차 신고제’를 내년 12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신고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21대 국회에서 올해 안에 통과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를 놓는 임대인이 계약 내용을 관할 지자체 등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사각지대에 있던 주택의 임대소득 과세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임차인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추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세 부담이 커지면 이를 임차인에게 전가해 전월세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주택임대차제도가 변하면 서울의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제도가 도입된 1990년 당시 서울 전세금 상승률은 16.17%를 기록하며 폭등한 바 있다.
전·월세 신고제에 이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까지 줄줄이 도입된다면 시장에 끼치는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4년 전세’를 보장하는 셈이다.
전세계약 의무기간이 늘어나면 집주인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월세로 전환하려고 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대란이 발생해 신혼부부 등의 전셋집 마련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 금지 강화 조치에 이어 이번에 5년간 의무 거주 카드도 꺼내 들었다.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보다 싼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신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최대 5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기 수요가 줄어들 수 있지만,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전세를 놓아서 잔금을 치르는 관행이 사라져 목돈이 없는 실수요자들의 청약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집값 상승세가 보이면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겠다고 공언해왔다. 출범 초기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1번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잦은 규제에 오히려 시장의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가격은 시장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정책으로 좌지우지하면 더 큰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언제든지 부동산으로 몰릴 수 있는 유동자금이 풍부한 가운데 주택 수요를 억누르기만 하는 규제 위주 정책이 언제까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