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4월 아파트 거래동향, 법인 매물 개인 매입건수 전월 대비 20% 증가…
코로나19·정부 규제 강화로 법인發 매물 더 늘어날 전망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강남 일대 아파트 십여채를 보유한 A씨는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가족 명의의 부동산 법인 B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법인 자산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고 지속적으로 아파트 갭투자를 하는 방식 등을 통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B법인이 지난달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A씨는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보유 매물 상당수를 팔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세금 절세’ 수단으로 각광받던 법인들이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전반적인 아파트 거래량 감소 속에서도 법인이 내놓은 급매물 등을 개인이 활발하게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감정원의 거래주체별 아파트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이 내놓은 매물을 개인이 매입한 사례는 총 3643건으로 전월(2832건)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매물을 법인이 사들인 경우는 5171건에서 2586건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4월 한 달 동안 전국의 총 아파트 거래량은 4만8972건으로 3월(7만9615건)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침체 우려가 높아진 와중에도 법인이 내놓은 급매물은 활발하게 거래된 셈이다. 지역별로는 대전의 경우 법인 매물의 개인 매입 사례가 3월 95건에서 4월 132건으로 증가했고, 세종 역시 14건에서 66건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법인에서 나온 매물을 다시 법인이 사들이는 케이스가 늘어났다. 이러한 사례가 지난달에만 189건에 달했다. 2018년 4월(221건)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
이달 초 정부가 법인의 편법 주택 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면서 ‘법인발 아파트 매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지역과 시세에 관계없이 법인을 이용한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받겠다고 밝혔다. 편법이나 불법이 의심되는 법인의 주택 거래에 대해서는 국토부·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감정원 등이 공동 특별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절세 등의 목적으로 매년 늘어나던 부동산 법인 설립 건수도 한 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 동안 부동산 법인 설립 현황을 보면 지난 2018년 7796건의 신규 부동산 법인이 생겼고, 작년에는 이 사례가 1만202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만 5779건이 설립돼,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0% 가까이 증가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법인 설립을 할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인을 통한 주택 매입의 장점으로는 다주택자가 분산 목적으로 활용시 양도세·종부세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부동산을 매각한 후 재투자 시 개인과 비교해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점 등이 꼽힌다.
반면 12·16 대책 이후 법인의 대출 규제가 강화됐고, 주택 처분 비용을 배당을 통해 받을 경우 법인세 이외에 추가로 소득세를 다시 내야하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정부의 단속 강화로 법인을 통한 주택거래 압박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한편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 속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증여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1386건으로 전월(987건) 보다 약 40% 증가했다. 경기도와 인천도 3월 대비 아파트 증여가 각각 300건 가량 늘어났다.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실거래가 등 시가 기준으로 증여세를 계산한다. 전반적으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증여 건수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