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사이 고수익 추구

고위험 펀드에 급격히 돈몰려

투자(投資)인가 투기(投機)인가. 개미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투자도 투기도 모두 손해를 감수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증식 수단임은 같다. 승부를 거는 대상이 눈에 잡히는 재물(資)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機)인지 다를 뿐이다. 저위험 저수익·고위험 고수익의 자본주의적 정직함은 투자와 투기에도 적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을 휩쓴 ‘개인투자자’가 이제 ‘개인투기자’로 변모할 기세다. 사실 예견된 수순이다. 급속도로 부를 증식해온 한국사회에서 부(富)는 곧 ‘한방’임을 끊임없이 학습해왔다. ▶관련기사 3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한국의 비트코인 광풍이 채 잊히기도 전이다. 해외에선 개인 판매용으로 만들지도 않는 고위험군 파생연계증권(DLS)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가 대혼란을 야기한 게 불과 작년이다.

작년 방한한 존 데이비스 S&P 다우존스 ETP부문 글로벌 대표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점유율은 1.3%에 불과한데 한국은 16.5%에 이르는 현실을 비교하며, “복잡한 상품이 이처럼 빠르게 수용되는 게 놀랍다”고 표현했다.

올해 방한했다면 놀라울 정도가 아닌 충격적이라 표현했을 법하다.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WTI원유선물’(1조2146억원)이다. 한국 1위 기업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돈이 쏠렸다.

3위는 소위 곱버스(레버리지 인버스)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다. 8위도 인버스 ETF, 10위도 원유 ETF다. 원유에 이어 레버리지·인버스까지 손을 뻗었다. 비트코인부터 곱버스 열풍까지, 이 모든 흐름을 관통하는 건 바로 ‘한 방’이다. 잃는 것도 버는 것도 ‘한 방’이다.

가진 돈을 모두 베팅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빚도 늘어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현재 9조1000억원에 이른다. 3월 말 6조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한 달 남짓한 기간에 3조원이나 ‘빚투’가 늘었다. 빚투가 급증한 기간에 공교롭게도 원유 ETP, 인버스 ETF 규모 역시 급증했다. 빚투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사회가 구조적으로 저금리·저성장으로 가는 만큼 투자자도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으니 투기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