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식 ‘치킨게임’에서 탈출

흑자 나는 이베이는 매각 쪽으로 가닥

티몬·11번가는 체질개선 후 IPO

위메프는 공격 투자 여전

e-커머스업계가 최근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내 시장에서 쿠팡으로 대표됐던 ‘아마존식’ 생존 방식으로는 업계 주도권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경쟁자를 압도하는 출혈경쟁은 지양하고, 내실 다지기로 체력을 만든 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등 각 사의 중·장기 비전에 따라 전략이 달라졌다. 일부 업체는 여전히 적자를 내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이베이코리아 로고. [이베이코리아 제공]
이베이코리아 로고. [이베이코리아 제공]

▶흑자 기업 이베이코리아 ‘매각’으로 선회?!=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던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매각설에 휩싸였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에도 매출 1조954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하는 등 흑자 행진을 이어간 몇 안 되는 건실한 e-커머스기업이다. 이베이 측에서는 매각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기정사실처럼 여기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을 선택한 것은 이 업계의 경쟁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한때 국내 e-커머스시장에서 과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던 주력 사업자였지만 쿠팡을 비롯한 새로운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으로 점점 시장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통공룡인 신세계와 롯데, 거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온라인커머스시장에 진입하면서 향후 행보에 고민이 많아졌다.

여기에 모기업인 이베이의 실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이베이는 최근 쇼피파이와 같은 신규 경쟁자들의 매서운 기세 속에 글로벌 전자상거래시장 내 기업 가치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수익이 나는 자회사 매각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쿠팡 본사. [쿠팡 제공]
쿠팡 본사. [쿠팡 제공]

▶티몬·11번가는 체질 개선으로 IPO=티몬과 11번가 등은 매각보다는 IPO를 통한 독자 생존을 선택했다.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대규모 투자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IPO를 하기 위해선 지금의 적자구조로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수익이 나는 사업구조로 개편해 IPO 요건을 충족시키는 게 이들 기업의 목표다.

가장 먼저 수익성 개선에 나선 곳은 11번가다. 11번가는 경쟁사보다 먼저 대대적인 쿠폰 발행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커머스 포털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실제로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은 5303억원,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11번가는 개선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IPO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밝힐 계획이다.

티몬 역시 IPO 상장을 목표로 최근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아직 연간 기준 흑자 달성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영업적자를 400억원 이상 줄인 데다 올 3월에는 월간 단위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티몬은 올해 연간 단위 흑자 달성을 하고, 내년께 IPO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위메프 본사 [위메프 제공]
위메프 본사 [위메프 제공]

▶쿠팡·위메프는 여전히 ‘아마존식 경쟁’=쿠팡과 위메프는 여전히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아마존식 경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적자가 전년보다 94% 늘어난 757억원을 기록하는 등 손익 개선보다는 외형 성장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37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해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올해에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출혈경쟁을 부추겨온 쿠팡 역시 올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외형을 확대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다만 쿠팡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분위기가 다소 감지된다. 지난해 쿠팡이 공격적인 투자로 적자가 1조원대 중반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외로 36%를 줄였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비중을 늘리며 수익성을 올리고, PG(페이먼트)사업 진출로 추가 수익을 내는 등 수익성 개선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누가 마지막에 살아남을 것이냐를 두고 다투던 e-커머스업계가 경쟁 장기화 끝의 체력 고갈과 오프라인 유통공룡의 등장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며 “코로나19로 e-커머스시장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2020년은 각 기업의 생존 방식에 대한 성적표가 매겨지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