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고수준 기술력 불구

무리한 정책에 업계 고사 위기

두산·효성重 등 인력 구조조정

전력 요금 인상…GDP에 타격

신재생에너지 육성도 지지부진

‘탈원전’ 후폭풍…원전산업 생태계 붕괴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헤럴드]

문재인 정부 이후 급격하게 추진된 ‘탈(脫) 원자력’ 정책의 부작용이 산업계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보일러-터빈-발전기로 이어지는 발전사업의 3대 핵심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하며 원자력발전 시장점유율 100%를 기록 중인 두산중공업은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이고 있다. 이에 연관된 중소 하청기업들의 연쇄 도산까지 이어지며 원전 생태계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 탈원전은 더불어 향후 전기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해 2% 성장 마저 위협받는 국내 GDP 성장률의 하락 압력으로까지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기술보유국 가운데 탈원전을 추진하는 최초의 국가가 된 한국은 완벽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전환으로 인해 산업이 붕괴하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 더불어 탈원전의 대안으로 지목한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또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탈원전’ 후폭풍…원전산업 생태계 붕괴

▶‘글로벌 톱’ 원전업체들 고사위기…전력요금 인상 시 GDP 하락 압력=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글로벌 발전 시장의 포화상태까지 더해지자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는 사실상 붕괴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원전과 석탄발전 프로젝트들이 대거 취소된 탓이다. 원전 3개 프로젝트에서 약 7~8조원, 석탄에서 LNG로 전환한 3개 프로젝트에서 약 2~3조원 등 10조원 가량의 기대 수주사업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원전 산업을 사실상 독점하던 두산중공업은 직격탄을 맞고 상시 구조조정 체제다. 두산중공업은 기술직과 사무직을 포함한 만 45세(1975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키로 했다. 지난해 임원 축소, 유급순환휴직 실시, 계열사 전출, 부서 전환 배치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노력에 이은 조치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두산중공업은 2017년말 7000명에 달하던 인력이 5000명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효성중공업 역시 오는 21일까지 ‘전력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력 플랜트 사업의 축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지만, 국내 원전 사업 축소에 따른 실적 부진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원전산업 매출은 탈원전 정책 시행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원자력산업체 총매출은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3조8855억원으로 감소했다. 투자액 역시 같은 기간 8조3504억원에서 8조2070억원로 줄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공학과)는 “탈원전 발표 당시 예측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라며 “두산중공업은 구조조정 없이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 대기업이 이렇다면 협력업체들은 이미 고사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탈원전 폐해는 국내 에너지 기술과 산업의 종속,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백지화했던 신한울 3·4기 원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탈원전에 따른 전력요금 인상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전력요금은 2017년 대비 2030년에 25.8%, 2040년에 33.0%까지 인상되고, GDP는 기준 시나리오(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비해 연평균 1.26%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

▶대안이라던 신재생에너지 육성도 물거품=탈원전 대안으로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보니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모듈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를 생산하는 OCI는 최근 국내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잉곳·웨이퍼·셀 등 태양광 사업을 시행하던 중소업체들이 줄줄이 도산위기에 몰리며 국내 서플라이 체인 자체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또다른 주축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계 역시 정부의 부실한 잇단 화재사고 검증으로 인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에너지 정책의 파열음이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지않은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국내 여건 상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다른나라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탈원전의 대안으로 삼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유재훈·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