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이집트 재발견을 위한 탐방을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드푸 신전의 위용과 에스나의 나일강 급류 제어 과학을 목도한 것은 신선했다.

[新이집트 탐방기④] 에드푸·에스나의 반전매력과 기술 [함영훈의 멋·맛·쉼]
에드푸신정의 호루스를 상징하는 매 조각상

에드푸는 콤옴보에서 북쪽으로 60㎞가량 가면 만난다. 크루즈 선착장에 도착하면 신전으로 가기 위한 손님을 태우려는 마차행렬이 길게 도열해 있다. 마차는 자동차, 툭툭이(태국처럼 여기서도 이렇게 부른다) 등과 섞여 도로를 질주하는데, 여러 교통수단이 혼재된 동남아나 아프리카 다른 소도시처럼 아찔한 상황이 많다. 물론 사고난 것을 본 적은 없다.

[新이집트 탐방기④] 에드푸·에스나의 반전매력과 기술 [함영훈의 멋·맛·쉼]
에드푸 신전

나일강에서 좀 떨어진 지점이라 그런지 보존상태가 좋다. 이른바 마차 주차장에서는 우리로 치면 ‘마의’들이 각종 동물을 치료해주는 동물클리닉이 있다.

좁은 특산물 상점 거리를 지나면 이름을 잘 들어보지 못한 에드푸 신전을 만나는데, 보존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신전으로서의 위엄이 강하게 느껴진다. 초입에 작은 그레코로만 형 신전을 지나면 이집트 고유의 신전모습이 나타난다. 관문앞에는 호루스를 상징하는 매 조각상이 근엄하게 버티고 있다.

[新이집트 탐방기④] 에드푸·에스나의 반전매력과 기술 [함영훈의 멋·맛·쉼]
에드푸 크루즈 선착장에서 신전 사이를 오가는 길에 마차와 툭툭이가 혼재돼 있다.

규모도 업청나, 카르낙 신전 다음가는 큰 신전이다. 호루스에게 봉헌되는 이유는 이곳이 호루스가 삼촌 세트와 전쟁을 벌였던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삼촌을 제압한뒤 호루스는 명실상부한 인간계 통치구조의 직접적 관장신이 된다. 이집트를 정복했던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의 참모 출신인 프롤레메우스 왕가가 착공해 150년 넘게 만든 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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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인 프톨레마이오스 왕가가 이집트를 정복한뒤, 이집트의 하토르여신에게 자신을 상징물을 바치는 부조 작품

외벽 담의 길이와 높이는 이집트에서 본 것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마지막 방 지성소까지 가는 방의 구조가 매우 정합성이 있다. 르네상스 식 좌우대칭 양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하대칭 구조가 중첩돼 있다. 즉 입구에서 지성소 까지 발 디딘쪽은 점점 높아지고, 기둥 위쪽과 천장 부분은 점점 낮아져, 마치 원근법의 소실법처럼 지성소로 모든 에너지가 수렴된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처음 들어봤는데, 가장 근사하고 제대로 된 신전”이라는 평들이 많았다.

[新이집트 탐방기④] 에드푸·에스나의 반전매력과 기술 [함영훈의 멋·맛·쉼]
콥트교(가톨릭 이집트 정교회) 신도들이 기거하며 연기를 피워 검게 그을린 에드푸 사원 열주 윗부분.

아쉬운 점은 사원 내부 천장이 검게 그을렸는데, 콥트교도가 오래도록 이곳에 거주하면서 연기를 피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상이 될 만한 부조를 망치 같은 것을 쪼아댄 모습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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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푸 사원 지성소의 호루스

최종 석실로 이어지는 좁은 복도의 부조는 참으로 다양했고, 마지막석실을 비추는 에메랄드 빛 조명을 은근하게 비쳐 황홀감을 주면서, 수렴형 신전의 화룡점정을 장식했다.

북행하는 나일갈 크루즈가 에드푸를 지나 에스나라는 소도시에 이를 무렵 배는 갑자기 천천히 움직이고, 느리고 굵은 파도가 강변마을 언덕에 부딪는다.

[新이집트 탐방기④] 에드푸·에스나의 반전매력과 기술 [함영훈의 멋·맛·쉼]
나일강 급경사 지역을 안정되게 통과하도록 낮은 수위의 물길로 갈아타기 위한 갑문 접근

에스나의 랜드마크가 되어버린 마스르아스완 대교 서단, ‘에스나 락(Lock)’은 크루즈가 높은 수위의 물길에서 낮은 수위의 물길로 갈아타도록 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新이집트 탐방기④] 에드푸·에스나의 반전매력과 기술 [함영훈의 멋·맛·쉼]
갑문내 계류장 크루즈 고정 및 하강 시작

거대한 나일강물을 하이댐, 로댐 두 번이나 막았어도 상류의 수위는 하류의 수위보다 높고, 이를 방치할 경우 물살이 세질 수 밖에 없다. 배가 어디서든 완만하고 안정감 있게 갈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을 하는 것이다.

[新이집트 탐방기④] 에드푸·에스나의 반전매력과 기술 [함영훈의 멋·맛·쉼]
아스완 댐에서 하류로 북상하면서 에스나 이전 높은 수위 뱃길로 가던 크루즈 선박이 에스나 락에서 수위를 낮추는 하강 작업을 완료한뒤 낮은 수위로 조절된 뱃길의 갑문 열고 다시 발진하고 있다. 그 새를 못 참고 나일강 보트보부상들이 물건을 흥정하다 여의치 않자 쏜살같이 사라지고 있다.

급경사가 있는 곳에 갑문식 도크를 만들어 배가 상하로 오르내리도록 한 곳이다. 내려가는 배가 갑문으로 들어갈 때는 아래쪽 문을 닫고 진입한 뒤 뒤쪽물문을 닫는다. 그런 다음 도크 안에 있는 물을 서서히 빼면서 하류의 수위에 맞춘 다음 아래 도크를 열고 다시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