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 집중
‘외눈박이식’ 성장정책 우려 잇단 목소리
정부, 대기업 수출·투자 확대 강조 ‘모순’
“오늘날 한국경제 환경에선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제질서가 필요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당시 한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낙수효과’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는 낙수효과의 반대 개념인 분수효과를 기반으로 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중점을 둔 것으로 대기업 규제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했다.
경제계와 학계에선 정부의 이같은 ‘외눈박이식’ 성장정책이 되레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훼손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잇달아 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매출과 중견·중소기업 매출사이의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대기업 수의 증가 역시 중견·중소기업의 매출 확대와 연계된다는 결론도 내놨다. 보고서는 실례로 자동차·트레일러 업종의 매출 증가 변화를 꼽았다. 자동차·트레일러 관련 대기업의 경우 매출은 2010년 107조 1000억원에서 2018년에는 141조6000억원으로, 기업 수 역시 같은 기간 19개에서 25개로 각각 1.3배씩 늘었다.
더불어 같은 업종의 중견·중소기업의 매출 역시 49조 1000억원에서 70조 6000원으로 1.4배 늘어 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의 최우선 방향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내놓으며 ‘낙수효과’를 사실상 폐기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성장정책의 근간이었던 선성장-후분배 경제성장 모델은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낙수효과는 약화되고, 가계와 기업, 기업과 기업,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불균형은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펼쳐왔던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지나치게 과속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2018년 기준 국내 10대 대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6778억달러로 같은 해 국내 총생산(GDP)의 44%에 달했다. 미국의 11.8%, 일본의 24.6%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과도한 대기업 쏠림이 지적되는 면도 있지만, 현재 우리 경제구조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부 역시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 총 100조원의 대규모 투자프로젝트를 가동하고,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해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결국 대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여기서 일어나는 성과를 통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는 ‘낙수효과는 없다’고 말하는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너무도 모순된다는 지적이 높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과 그로 인한 분수효과는 부인하면서 기업의 수출과 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정부의 경제운영방안은 이율배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또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기 상생과 동반성장 역시 낙수효과를 일정부분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서 더 많이 쓰일지를 생각한다면 낙수효과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