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록밴드 퀸(Queen)공연을 보러가면서 70대 노인들이 2시간의 공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우였다. 이들이 18~19일 고척돔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에서 120여분동안 발산한 에너지는 한마디로 힘이 넘쳤다.
물론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73)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71) 등 원년 멤버 외에 2012년에 퀸에 합류한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보컬 애덤 램버트(38)라는 젊은이가 있어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브라이언 메이의 화려한 기타 리프는 여전했고, 완급을 조절하는 로저 테일러의 드럼 주법은 원숙미가 넘쳐흘렀다.
기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콘서트를 관람한 후 가수가 있는 몇몇 대기실을 가봤다. 하얗게 불태우고 난 이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티스트의 무대란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70대 노인들의 파워와 다양성, 무대 구성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고척돔의 빈약한 음향 시설이었다.
첫 곡을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 투병 사실을 숨기며 마지막으로 내놓은 앨범 이누엔도(Innuendo)의 인트로로 선택한 것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선정적인 가사가 있는 ‘KILLER QUEEN’와 ‘DON’T STOP ME NOW’ ‘SOMEBODY TO LOVE’ 등 퀸의 대표곡이 이어졌다.
‘DON‘T STOP ME NOW’부터는 관객들의 떼창이 본격화됐다. 객석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어롱관의 확장판이었다. 프레디의 짙은 콧수염을 코에 달고 다니는 등 퀸 멤버를 코스프레 하는 관객들도 대다수 입장했다.
‘’Love Of My Life’를 브라이언 메이가 어쿠스틱 기타를 직접 치며 부를 때는 감미로웠다. “헬프 미”를 외치며 관객들과 함께 부르길 원했다. 그러다 화면에는 프레디 머큐리가 등장했다. 두 사람의 손이 닿을듯 말듯 하면서 ‘가상 협연’ 효과를 배가시켰다.
아담 램버트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강했다. 가늘고 깨끗한 고음이 뚜렷한 멜로디가 특징인 퀸의 음악과 썩 잘 어울렸다. 그는 음향 사운드를 뚫고 나올만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어떨 때는 섹시하고, 어떨 때는 화려하고, 빨간 부채를 들고 무대 전역을 휘저으면서 다녔다.
아담은 기자회견에서 “아티스트, 퍼포머로서 완벽한 프레디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어 팀 합류를 주저했지만, 메이, 로저 두 분이 따라하기보다 아담의 개성을 담으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재해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무대 연출도 눈을 호강시켜주었다. 거대한 왕관이 올라가면서 시작된 무대는 오토바이가 등장하고, 조명과 특수조명, 영상이 화려했다. ‘WHO WANTS TO LIVE FOREVER’때는 브라이언 메이가 광활한 우주속 소행성 위에서 기타 독주를 이어갔다. 천체물리학박사이자 대학 총장을 역임한 메이다운 발상이었다.
‘SHOW MUST GO ON’과 ‘RADIO GA GA’ ‘BOHEMIAN RHAPSODY’ 등 퀸 히트곡으로 공연을 마무리 하고, 앵콜곡으로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을 불렀다. 이때 브라이언 메이는 태극기 티셔츠를 입었고, 아담 램버트는 왕관을 쓰고 화려한 가운을 입은 채 나왔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드’가 퀸의 고향인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히트한 그 힘이 퀸 콘서트에 젊은 관객을 부르게 한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프레디 사후에도 대중문화 전반적 영역에서 퀸의 음악은 한국인의 여전한 러브콜을 받고 있음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