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율적 결정 총량만 제시

금융당국이 향후 은행권에서 판매할 수 있는 공모형 ELS(주가연계증권) 신탁(ELT)의 규모를 11월 잔액 수준로 제한하면서 은행별로 할당량 쟁탈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기존 은행별 잔액만 기준으로 삼으면 KB국민은행이 전체 은행권 판매량의 40% 가량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비이자수익의 핵심으로 신탁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은행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발표한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는 ELT 규모를 올해 11월 말 잔액(37~40조원) 이내로 제한했다. 각 은행별 판매 규모는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시중은행들은 조만간 금융당국이 제시할 총량 커트라인을 기준으로 각 은행별 할당량을 조율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기존 은행별 판매 잔액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은행별 ELT 판매 잔액이 공식적으로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가운데 업계 추정 및 발행 규모 등을 고려할 경우 은행권 판매량의 40%를 KB국민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현재 ELT 판매 잔액 6~7조원, 우리은행의 경우 5조원대로 추정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11월 말 잔액의 정확한 수치를 취합 중이다.

국내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이자수익 부문을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40조원 대까지 시장이 형성된 ELT 영업이다. 은행권 ELT·DLT 판매 잔액은 지난 2017년말 26조6000억원에서 지난해말 40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은행 신탁상품의 대부분은 이번에 금융당국이 허용해준 공모형 ELT다”며 “은행권 전체에서 KB국민은행이 대략적으로 40% 정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지침이 이제 막 전달됐기 때문에 조만간 은행들이 모여서 어떻게 전체 (ELT 판매) 총량을 맞출지 고민해야 한다”며 “각 은행들의 입장을 취합해서 당국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권에서는 할당량 문제와 별개로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은행권 신탁시장에 신규 고객 진입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잔액 기준으로 판매 총량을 제한하기 때문에 기존 고객이 신탁 계약을 헤지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신탁 고객을 받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PB는 “ELT는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하지만 보통 리밸린싱을 통해 최장 3년까지 계약을 유지한다”며 “이번 금융당국 대책을 보면 사실상 새롭게 신탁상품 계약을 하고 싶은 고객들이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