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지역 민원성 예산도 대거 포함
정책 일관성 없고 중기재정계획도 무용지물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2년 전 사회간접자본(SOC) 스톡(축적)이 충분하다며 이 부문에 대한 재정지출을 축소하겠다던 정부가 내년에 SOC 예산을 역대 최대폭인 18% 증액해 예산 편성 및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중기 재정운용계획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지역개발 예산 요구가 급증한데다, 정부로서도 단기 경기부양 필요 때문에 이를 대거 받아들이면서 내년 SOC 예산이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예산안이 매년 다른 정치 현안과 맞물려 정밀하게 심사되지 못하고 졸속·부실·밀실 심사로 처리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정치권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재정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SOC 예산 규모는 23조2000억원으로 올해(19조8000억원)보다 17.6%(3조5000억원) 증액돼 국회에서 확정됐다. 정부가 제출한 22조3000억원도 올해보다 12.6% 늘어나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9000억원이 더 증액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에 ‘2018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SOC 등 물적투자는 적정관리를 지속하고, 복지·일자리 등 사람에 대한 투자는 대폭 확대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간 스톡이 상당히 축적된 SOC·환경·문화·산업 분야는 구조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 아래 2018년 예산안에선 SOC 예산을 20%(4조4000억원) 감축해 17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당시 국회에 제출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SOC 예산을 연평균 7.5% 감축해 2020년에 16조5000억원, 2021년에는 16조2000억원까지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의원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중기 재정계획은 1년만에 사문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서 SOC 예산을 소폭(-5000억원, -2.3%) 줄인 18조50000억원으로 편성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오히려 전년대비 4.2%(8000억원) 늘어난 19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어 내년에는 더 큰폭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하게 됐다.
정부의 SOC 예산 규모(국회 확정 기준)는 현재처럼 12개 부문으로 예산을 편제하기 시작한 2010년 25조1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6년까지 23조~24조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후반인 2017년 22조1000억원으로 축소됐고,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인 2018년엔 19조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 더 큰폭으로 늘어나 ‘토목 축소’ 방침은 공염불이 됐다.
정부가 매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당해 연도는 물론 5개 연도의 중기 시계(視界)에서 재정을 살핌으로써 재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2년 전에 발표했던 재정계획과 정반대로 재정을 운용하면서 중기 재정계획 작성의 의미를 훼손함은 물론, 중기 계획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정부 정책도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