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비공개”…최종후보만 발표

법적 하자 없지만 ‘선례’될까 우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 신한금융그룹의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모든 활동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금융그룹 최고경영자 선임과정에서 유례없는 행보다. 금융당국은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적 하자는 없어 하나금융그룹 등 다른 금융회사의 CEO 선임절차에도 ‘전례’가 될 수 있게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첫 회의를 시작한 신한금융 회추위는 차기 회장 선임 과정 전체를 비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추위는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한 후 그간 논의 과정 등을 포함한 결과물을 공식적으로 외부에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외압을 차단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 회추위 입장이다.

신한금융은 과거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행장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던 ‘신한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 한동우 전 회장이 연임할 당시 사실상 외부인사를 배제하는 내부 규정이 논란이 되자 회추위 주요 일정과 논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했다. 이번에도 신한금융은 회추위의 논의 과정을 최대한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예전과 같이 회추위 개시 뿐 아니라 매 회추위마다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 회추위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향후 최종 결론이 나온 후에야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선임 과정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잠정후보군(롱리스트)에 포함된 전직 CEO 등 외부 인사들이 대거 최종후보군(쇼트리스트)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 종합검사를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역시 회추위 비공개 방침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감독당국에도 회추위 일정을 잘 알리지 않고 있다”며 “우리 나름대로 일정과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외부에 알려져 잡음이 생기는 걸 극도로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한 이사회의 판단이 더 중요하지만 감독당국 입장으로서는 절차가 좀 투명하게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금융이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포함한 CEO 선임절차를 앞두고 있고, 내년에는 김정태 회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하나금융의 회장 선임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신한지주의 비공개 사례가 무난히 진행될 경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회추위는 10여명의 롱리스트을 토대로 향후 면접을 진행할 쇼트리스트를 추리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롱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을 대상으로 정보조회 동의서 등을 발송해 회장 후보 면접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환·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