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 자사주 내주고 카카오 신주 확보
출혈경쟁 피하고 사업 시너지 기대
자사주 의결권 되살려 분할합병 주총 대비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 제휴는 가입자 1위 통신사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자의 제휴라는 측면에서 ICT 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변화로 평가된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표 대결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됐다.
지난 28일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약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바꾸는 내용의 제휴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 218만여주(약 2.5%)를 취득하고 보유중인 자사주 약 127만주(약 1.6%)를 카카오에 매각한다.
시장은 이번 지분 제휴로 양사 모두 기업가치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교환으로 출혈경쟁을 방지할 수 있고, 모빌리티·AI(인공지능) 등 미래 주요 사업 영역에서 서로의 플랫폼과 가입자, 신기술 등의 역량을 빌려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SK텔레콤이 내놓은 지분이 자사주라는 점에 주목하면 사업 시너지 외에 재무 및 지배력 측면에서 SK텔레콤이 얻는 추가적인 잇점이 확인된다.
SK텔레콤은 현금 대신 현물인 자사주를 내주고 카카오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현금 유출이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전략적 동맹 관계인 카카오에 자사주를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생긴다.
이같은 형태의 지분 동맹은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 간 이뤄진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스왑 거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초대형 IB(투자은행)로서 자본 확충이 필요했던 미래에셋대우는 신주 발행으로 인한 지분율 희석을 막기 위해 네이버와 자사주를 맞바꿨다.
4.6%의 낮은 지분율을 가진 이해진 전 의장 역시 네이버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 없이 미래에셋과의 사업적 제휴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이는 최근 미래에셋대우의 네이버파이낸셜 투자로 이어졌다.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선 최대주주를 지지할 막강한 우군을 얻게 됐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SK텔레콤 투자부문이 SK와 합병할 경우 특별결의 승인을 위해 55.3% 이상(참석률 80% 예상시)을 찬성표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텔레콤의 주가 하락 우려가 있어, 특수관계인 지분이 30.1%에 불과한 SK텔레콤 주총에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상황에서 자사주 교환은 지분율 희석도 막고 찬성표가 확실한 동맹을 얻는 ‘신의 한수’라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