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전체 추석 선물 판매 중 84%가 10만원 미만

-롯데마트도 위생용품·가공식품 등 5만원 미만 선물 ‘불티’

-“불황 탓”…백화점도 10만원대 선물 선호도 높아

추석을 앞둔 지난 1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추석을 앞둔 지난 1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혜미·박로명 기자] 커피, 참치캔, 통조림, 샴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불안감, 실질가처분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여력의 감소, 미래 경기에 대한 불안감 등이 맞물리면서 2019년 추석 유통 현장에선 여전히 ‘한 숨’만 나오고 있다.

많게는 14.7%, 적게는 3.5%라는 전년대비 추석선물 세트 판매 신장률은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속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판매 신장률은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추석 선물세트에서 구색 정도로만 여겨졌던 값싼 생필품이 선물세트의 메인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얇아진 지갑에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저렴하게 구성한 실속형 상품들만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 대형마트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물량을 확대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겉만 번지르한 매출 신장률…저가 실속형만 날개 달았다=6일 이마트에 따르면 누적 설 선물세트 매출(9월5일 기준)은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소비자들은 예년보다 선물 가격대를 낮추며 ‘알뜰 소비’에 나섰다.

이마트가 추석선물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만원 미만 선물세트 비중이 전체 판매액의 8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비중이 63%를 기록해 저가 상품 수요가 특히 높았다.

설 선물세트 판매 순위에서도 5만원 미만 상품이 1~3위를 휩쓸었다. 1위인 ‘CJ 특선선물세트 스페셜 G호(4만6200)’에 이어 2위 ‘동원튜나리챔 100-E호(4만9800원)’, 3위 ‘CJ 특선 N호(4만6800원)’가 뒤를 이었다. 카드 행사 할인가를 적용하면 사실상 3만원대 상품으로 참치캔, 통조림 등 저가 선물세트의 선호도가 높았다.

롯데마트의 누적 설 선물세트 매출(9월5일 기준)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3.5% 늘었다. 특히 품목별로 보면, 치약·샴푸 등 위생용품 매출이 24% 늘었으며, 참치캔·통조림 등 가공식품 매출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과일(-13.9%), 축산(-5.3%), 수산(-2.9%)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불황의 여파로 5만원 미만의 위생용품, 가공식품 구매가 늘었다”며 “5만원 미만 선물세트가 전체 판매액의 60%가량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에서도 저가 선물세트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추석선물 본판매 실적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전예약 판매에서 1~2만원대 초저가 선물세트가 대부분인 위생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선물세트마저 점령한 저가 선물세트=백화점에서도 저가 선물세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의 누적 추석 선물세트 매출(9월4일 기준)은 전년 대비 11% 늘었는데, 10만원 이하 상품의 비중이 25.5%로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이 많은 백화점에서 10만원대 상품은 저가에 속하는 편이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누적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각각 13.2%, 8.5%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품목별 매출 증가율에서는 10~20만원대 상품이 많은 주류(39%)와 건강·차(19.9%)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롯데백화점도 10만원 전후인 곶감 매출 증가율이 27.2%로 가장 높았다.

이에 주요 유통업체들은 올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 무기로 가격을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3만원대 ‘배 GOLD’, 4만원대 ‘사과 GOLD’, 4만원대 ‘배 VIP’ 물량을 전년 추석 대비 각각 60%, 20%, 150% 확대했다.

롯데마트도 올해 저렴한 가공식품 인기상품 위주로 물량을 확대했다.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매출 상위 10개 상품의 물량을 23.3% 늘렸다. 4만원대 ‘CJ 특선 N2호 세트’와 5만원대 ‘동원 튜나리챔 100호 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각각 20%, 30% 확대했다. 이밖에 1만원대 ‘동서 카누 3호’ 세트를 총 2000개가량 준비했다.

▶추석 성수품도 싸게, 더 싸게=추석 선물세트와 마찬가지로 추석 성수품도 더 싼 것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추석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 보다 되려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실질가처분소득이 줄고,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오히려 더 올랐기 때문이다.

6일 이마트에 따르면 명절 주요 성수품 15개 품목(배추, 무, 사과, 배, 밤, 대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명태, 조기, 오징어, 갈치, 고등어)의 총 구매 비용은 8만4650원으로 작년 추석 8만5650원보다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1개) 가격은 3280원에서 1580원으로, 밤(800g)은 5980원에서 4480원으로 떨어졌다. 소고기(한우 국거리 1등급 100g)와 돼지고기(등심 100g)도 각각 750원, 120원 싸졌다. 명태(황태채 1미, 1만800원→1만2980원), 오징어(1마리, 3990원→4380원) 등은 다소 올랐을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비자들의 손길은 ‘초저가’에만 집중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치약이나 양말 같은 저가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 유통현장에서 가격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며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보니 추석 성수품 역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초저가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