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도 부족…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의구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경제개혁연대가 이달 중 벤처기업의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에 대한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관련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정부 기조와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그 실효성도 부족하다고 6일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날 논평에서 “차등의결권제는 전형적인 경영권방어 수단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도입하더라도 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욱이 정부가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약속한 다음날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았는데, 이것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목표로 결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은 기업 지배주주에게 1주당 2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해 투기자본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이달 중 벤처기업의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에 대한 구체적 도입 방안을 마련해 벤처기업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벤처 창업자가 외부 자금을 조달받는 과정에서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 없이 기업 육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실제 벤처투자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그 근거도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부에 차등의결권제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래야 정부의 공정경제 추진 의지가 의심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정부가 ‘공정경제 하위법령 개정방안 당정협의’에서 발표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과 관련해서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경제개혁연대는 비판했다. 전날 정부 발표에는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의 행정입법 개정만으로 추진 가능한 7개 분야 23개의 개선과제가 담겼다. 경제개혁연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하위법령 개정을 통한 현실적인 경제민주화 실천방안을 제안했고, (이번 발표에) 그 일부가 반영된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미흡한 점도 많은 바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임원후보자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사외이사의 독립성 기준 강화 ▷지주회사 계열사의 공동 손자회사 출자금지 ▷지주회사 소속회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 부과 ▷지주회사의 배당외수익 공시의무 부과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보장을 위한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의 보완 등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정부가 정책과제 추진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 그 이행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며 “이번에 제시된 하위법령 개정사항들 중 발표 내용만으로는 그 실효성을 가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질지, ‘국민연금의 단기매매차익반환 의무 특례’가 어떻게 보완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행령 개정사항들 중 이번 하위법령 개정작업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들도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총수익스왑(TRS)을 통한 채무보증 규제 회피 차단 ▷기업집단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공시 강화 ▷개별 임원 보수 공시대상 확대 ▷보험회사 자산운용 규제 개선(보험업 감독규정) ▷상법의 신용공여 요건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이 단체는 “정부 출범초기에 하위법령 개정작업이 이뤄졌다면 응당 포함됐을 내용”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이 내용이 포함돼 있는 지금은 하위법령 개정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