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도 없는 곳 설치 불가한데 올 계획물량도 소화 못한채 추경사업

강산성 응축수 정화 않고 배출해 ‘일반형 저녹스보일러’보다 非환경적

한 보일러기사가 일반보일러를 콘덴싱보일러로 교체 설치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한 보일러기사가 일반보일러를 콘덴싱보일러로 교체 설치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설치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정용 저녹스보일러(콘덴싱보일러)’ 보급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콘덴싱보일러의 장·단점을 따져보지 않은 채 에너지소비효율만으로 친환경성을 판단,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콘덴싱보일러 보급 본예산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부는 이보다 10배 많은 추경예산을 편성해 승인받았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콘덴싱보일러 보급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추경 예산안은 지난달 확정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계획된 3만대(본예산) 외에 27만대(추경)를 추가로 지원하게 된다. 콘덴싱 설치비용 지원금도 16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렸다.

그런데 추경을 반겨야 할 보일러업계는 정작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왜냐하면 이 사업이 ▷설치환경이 고려되지 않았고 ▷강산성 응축수 배출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

에너지효율 면에서 콘덴싱은 92%로, 일반형 저녹스보일러(1등급) 및 일반보일러보다 10% 높다. 하지만 이는 최대 가동 기준의 실험실 측정 데이터다. 실제 주거환경에서 보일러는 꺼짐켜짐을 반복하며 가동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률 차이는 미미한 편이다. ▶표 참조(가정용 보일러별 성능 비교)

더 심각한 문제는 콘덴싱이 강산성(pH 2.6~4.6)의 응축수를 배출한다는 점.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응축수가 많이 나온다. 이런 탓에 응축수 배수구가 반드시 요구된다.

더구나 산성 응축수를 정화해 하수도로 내보내는 장치는 국내엔 의무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유럽에선 수자원 오염을 우려해 일정 농도로 희석한 다음 배출토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콘덴싱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조차 계획물량을 소화하고 있지 못한 상태. 노후화된 다세대나 단독주택의 경우 배수구가 없거나 설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당초 계획보다 10배 많은 물량을 연내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예산안을 심의한 국회예산정책처도 ‘201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보고서’에서 “2019년 본예산에서 계획된 서울시의 저녹스보일러 보급 물량 총 1만4600대 중 500대만이 보급돼 집행실적이 부진하다. 전국적으로 총 27만대의 추가적인 물량 지원이 확정되면 연내 집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설치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저녹스보일러(콘덴싱) 보급 사업의 실효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콘덴싱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09년 10월 20세대 이상 공동주택 신축 시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시장은 전체 25%다. 그런데도 콘덴싱 점유율은 아직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일러업계는 이에 대해 “의무화를 뺀 나머지 수치는 10%인데, 노후보일러 교체 시 콘덴싱을 선택하는 경우가 10%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이 일반보일러 보다 20만원 비싼데다 배수구 없는 집이 그만큼 많은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업계는 콘덴싱보일러와 일반형 저녹스보일러를 함께 보급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형 저녹스(低NOx) 1등급 보일러는 말 그대로 미세먼지의 주성분인 질소산화물 배출이 낮은 보일러를 말한다. 이 보일러의 NOx 배출농도는 20ppm으로 콘덴싱과 같은 수준. 또 응축수가 발생하지 않아 배수구도 필요 없는 게 장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일반보일러와 같고, 에너지효율이나 NOx 배출량은 콘덴싱과 다를 바 없다. 일반형 저녹스 1등급 보일러를 환경부 인증 제품군에 포함해야 한다”며 “대기질관리가 진정 시급하다면 이같은 종합적인 환경을 고려한 정책추진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