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구민호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보 개방 이후 지하수 피해보상, 근본원인 검토도 필요하다

최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낙동강 하류 창녕함안보 개방으로 농작물 냉해 피해를 입은 경남 함안군 청덕면 앙진리 일원 광암들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 결정을 내렸다. 4대강 보 개방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4대강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면서 생태계와 수질, 수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환경부는 보 개방 과정에서 수위저하 속도를 늦추고 단계적으로 수위를 저하시켰으며, 지하수를 많이 이용하는 지역은 현장 점검을 통해 피해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2017년 11월부터 시작된 창녕함안보의 개방 과정에서 지하수 취수량이 감소하면서 함안군의 광암들에 피해가 발생했다. 보를 개방해 관리수위를 낮추면 인근 농경지의 지하수위도 동반 하락한다. 농경지 땅 속에는 지하수가 잘 흐를 수 있는 모래층이 발달돼 있으며, 이를 통해 강과 지하수가 잘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농작물 피해를 예상했음에도 정부가 무리한 보 개방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강과 지하수의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보 개방에 의한 강의 수위 저하가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보 개방수준, 농경지의 위치와 지질특성, 지하수 이용량과 이용방식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 대한 정밀조사 자료 없이 지하수 영향을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함안군의 광암들에는 161개 관정과 668동의 시설재배 하우스가 밀집되어 분포하며, 동절기에 많은 양의 지하수가 수막재배용으로 이용된다. 2017년 광암들에서 발생한 농가 피해는 창녕함안보 개방의 영향으로 일대 지하수위가 빠른 속도로 1~1.5m 정도 낮아지고, 이로 인해 관정 취수량이 최대 15%까지 감소하면서 발생했다. 이곳에서는 투수성이 매우 좋은 자갈층이 하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지층을 통해 지하수가 강과 잘 연결돼 있어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 영향이 매우 빠르게 발생했다. 이런 내용은 필자가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 피해의 원인 규명을 위해 2018년에 수행한 정밀조사 연구과업을 통해 사후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함안군 광암들의 지하수 피해와 관련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4대강 사업의 영향이다. 이 곳의 161개 관정 중 42%에 해당하는 68개가 4대강 사업이 완료된 2012년 이후에 개발됐다. 4대강 보 완공 이후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지하수위가 상승했고, 지하수 사용이 용이해지면서 농민들의 지하수 개발이 증가한 것이다. 이상돈 의원은 국감에서 이 곳 농가의 피해에 대해 지하수의 무분별한 사용과 지자체의 관리소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농업용 지하수가 법적허가 기준을 초과해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지하수 전문가들은 지하수 이용 허가와 관련된 지하수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농업용수의 경우 1일 150t 이상 지하수를 이용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지하수법이 실제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4대강 보 처리방안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일부는 물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고, 반대편에서는 ‘강은 흘러야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공방도 있고, 과학적 자료해석에서도 차이도 나타난다. 또한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 부족 우려와 함께 과잉개발, 관리소홀, 지하수법 개정 등 그간 묵혀뒀던 문제들이 동시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농업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 상황이 지하수 피해와 보상논란에만 너무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구민호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