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술에 의존한 韓 산업구조 취약성 원인…국산화로 풀어야

이달 핵심 부품·소재·장비 육성 방안 발표…추경에 반영할 예산 항목 취합

한일 수출규제 실무자, 이번주 만난다…날짜 등 최종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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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와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이래 54년동안 한국의 대(對)일본 누적무역적자액이 7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차례도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일본과 교역에서 적자가 큰 것은 기술력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그동안 몸집을 키워왔지만, 소재·부품 기술력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단행후 우리 정부가 뒤늦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의 자립화 지원에 발벗고 나선다지만 얼마나 긍정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번 일본 수출규제가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전환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한국무역협회(KITA)와 관세청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54년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6046억달러(약 708조원)로 집계됐다.

한일 양국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처음으로 교역을 시작했다. 당시 대일본 무역적자액은 1억3000만달러였다.이후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적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0년 361억2000만달러까지 오른 후 2011~2018년 줄곧 20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품목별 무역수지를 따져 보면 원자로·보일러·기계류 수입으로 85억7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고 전기기기·녹음기·재생기에서 43억3000만달러, 광학기기·정밀기기 등에서는 35억7000만달러의 적자가 났다.

특히 반도체 디바이스, 전자집적회로 제조 기계, 전자기기 프로세서·컨트롤러 등이 무역적자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대부분 장시간 축적한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부품·소재 제품으로, 공급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리지스트(감광액)는 전 세계 공급량의 90%가 일본산이다.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는 70%가 일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그간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해왔는데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던 산업구조의 취약점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에서 벗어날 방안은 결국 기술력 강화를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선 다각화로 귀결된다. 이미 당·정·청은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에 매년 1조원씩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당장 연내 추진이 가능한 사업들과 소요 예산을 긴급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가 시작되면 연내 추진이 가능한 사업들을 반영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 편성에도 관련 사업 예산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과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품목에 대해 이번 일본의 조치가 오히려 국산화를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이런 사태(일본 수출규제)가 벌어져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해도 일본 기업 측에서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 때는 처음부터 일본 장비와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국산 장비와 소재로 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