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UFC 데뷔전 패배를 고배를 든 '스팅' 최승우(26·팀몹/TNS)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옥타곤에 오른다.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의 술잔을 맛보고, 격전지인 페더급 전선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깊이 각인시킨다는 각오다.
오는 7월 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UFC 240 대회에서 캐나다 파이터 게빈 터커(33)를 상대한다. 지난 4월 20일 러시아 대회 데뷔전에서 홈그라운더인 모르사브 에플로예프에게 패한 뒤 불과 3개월만이다. 눈에 띄는 의지와 기량을 선보였다는 UFC 측의 판단에 따른 빠른 출전이다.
데뷔전 패배 직후부터 두번째 경기가 결정된 최근까지 최승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뷔전 패배 당시 심정이 어땠는가.
▲경기가 중후반에 다다랐을 때 상대 에블로예프에게 압박을 당하며 이미 알고 있었다. 기량이 더 뛰어난 상대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내 안쪽에선 분에 못이기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공이 울리고 판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그 분을 못 이겨 캔버스 바닥을 치면서 엎드려 있었다.
-케이지를 내려올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판정패 결과를 듣고 케이지를 내려가는데 옆에 배용이형(감독), 경섭이형(주짓수코치), 재훈이형(컨디셔닝코치)의 얼굴이 보였다. 나 하나 때문에 몇 개월을 고생하고 러시아까지 날아왔는데 보답을 못한 것 같아서 제일 먼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패배감에 젖어선 안 되겠다 싶었다. 방금 전까지 케이지에서 상대를 통해 내 몸으로 느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얼른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UFC에서 살아남는건 녹록치 않다는 걸 실감했다.
-여자친구와 가족들의 반응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때 여자친구가 마중을 나왔었다. TV로 보는 것보다 얼굴이 더 엉망진창이었다. 애써 울음을 참는 것 같았는데, 그냥 수고했다 잘했다며 위로했다. 다른 선수들이었으면 더 어려운 경기였을 거라며 토닥여주는 여자친구가 고맙게 느껴졌다. 여동생과 부모님은 밤새워 경기를 지켜봤었는데, 특히 아버지가 인상 깊은 경기였다고 하셨다. 가족이구나 싶었다.
-다음 경기 오퍼가 꽤 빨리 온 것 같다.
▲신기했던 게 데뷔전 마치고 한달 반 정도 지난 즈음이었다. 주말 새벽에 이상하게 눈이 떠졌다. 스마트폰에 배용이 형이 보낸 캐나다 선수의 프로필 링크가 있었다. (상대가 잡혔다는 뜻) 이미다음 경기를 대비한 훈련에 돌입해 있었고, 무조건 싸운다고 했다.
-악플도 있고, 혹평도 있다.
▲주변의 관심에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살면서 이렇게 관심과 평가를 받아 본 것도 처음이다. 얼떨떨한 정도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데뷔전을 좋게 봤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힘이 됐다.
-이번 경기에서 바람이나 각오는.
▲이번 경기에서 KO로 이기고 싶다. 앞선 말이지만 바람이니까. 보너스도 받고, 인상 깊은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면 UFC에서도 롱런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UFC 선수라면 다들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웃음). 아직 경기 순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대인 게빈 터커가 캐나다에서 인지도가 꽤 있는 선수라고 들었다. 지난 러시아 대회 때 에블로예프하고 비슷한 입지의 홈그라운드 선수다.
-상대인 게빈 터커의 전력은 어떤가.
▲게빈 터커는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패턴이 있다. 거기에 말리지 않고 내 게임을 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 터커는 발을 붙이고 받아치는 상대와 상성이 좋은 편이다. 터커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고 타격전 양상으로 가져간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라고 본다. 그래플링 싸움으로 흘러갈 공산도 높다. 터커 쪽 캠프에서 내 지난 경기를 참고해 전략을 짠다면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니까. 그래플링 싸움을 걸어와도 좋다. 에블로예프와 겨뤄본 뒤에 레슬링을 더 보강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 나서는 각오는 어떤가.
▲뒤는 없다는 생각이다. UFC가 얼마나 수준 높은 무대인지 알고 있고, 그만큼 한경기 한경기가 중요하다. 반드시 승리해야만 다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 절박함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Q. UFC에서 어떤 파이터로 기억되고 싶은가.
꾸준히 오래 오래 UFC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버지도 자주 이야기 하신다. 꾸준한게 가장 무서운거라고. 그렇게 롱런 할 수 있는 선수는 성장하는 선수다. 멈추지 않는 꾸준한 성장, 그럴만한 선수라는 가능성을 이번 경기를 통해 증명하고 싶다.
선배인 정찬성 선수처럼 나를 상징하는 기록도 하나 가지고 싶다. 'UFC 최초의 트위스터 TKO승', '최단시간 KO' 등 정찬성 선수를 상징하는 기록들이 있는데, 선수로서 꼭 기록 하나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꼭 한번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주면 고맙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