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관 서울장수주식회사 연구소장 인터뷰 -젊은세대 겨냥 ‘인생막걸리’…부드러운맛 특징 -투명병, 감각적 라벨…패키지도 파격 변화 -“원료ㆍ제조법 바꿔 완전히 새로운 막걸리 선보일 것”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대표 브랜드 장수생막걸리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주류 소비 패턴도 바뀌면서 기존 제품으로는 다양한 소비층을 만족시킬 수 없더라고요. 막걸리를 아예 처음 접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자고 생각했죠.”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서울장수막걸리 체험관에서 만난 염성관(64) 서울장수주식회사 연구소장은 생막걸리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내놓은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간 살균막걸리와 과일향을 첨가한 막걸리 등은 출시한 적 있지만 주력 제품인 생막걸리를 선보이는 것은 22년 만이다.

▶간판 ‘장수生’ 잇는 ‘인생막걸리’…부드러운 맛 특징=서울장수는 국내 탁주업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1996년 출시한 대표 제품 장수생막걸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막걸리로 꼽힌다. 장수생막걸리 뒤를 잇는 인생막걸리는 지난해 10월 출시돼 누적 250만병 가량 팔렸다. 경쟁사가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이 출시 7개월 만에 60만병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생막걸리는 기존 서울장수 제품과 달리 쌀 외에도 밀을 섞어 사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밀과 쌀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거품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쌀 막걸리의 깔끔한 맛과 밀 막걸리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주류시장 ‘저도수’ 트렌드에 따라 알코올 도수는 일반 막걸리(6%)보다 낮은 5% 수준으로 맞췄다.

“시중의 밀 막걸리는 밀 입국(粒麴ㆍ곰팡이 배양) 만을 사용해 밀 사용량이 적은데 저희는 밀 입국을 쓰면서 원료 밀도 같이 사용하고 있어요.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죠.”

▶맛 방향성ㆍ균일성 위해 ‘반복, 또 반복’=인생막걸리 준비 기간은 특정하기 어렵다. 이곳 연구소에선 늘 새로운 원료 탐색과 발효 등 제조공법 연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인생막걸리 개발에 매달린 건 1년여 정도다. 서울장수는 지난해 연구인력 충원도 단행하는 등 침체된 막걸리시장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이번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여 왔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점은 ‘맛에 대한 합의’였다. 연구원마다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맛의 방향성을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염 소장은 말했다. 수백가지 레시피를 지난 1년여간 계속 시음하며 선택 범위를 좁혀갔다. 이 가운데 선발된 몇 가지 레시피를 토대로 만든 시제품을 외부기관에 의뢰해 소비자 대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연구진은 단맛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거품이 좀 더 오래 유지되도록 했다.

레시피가 나왔다고 끝이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도 고충이 따른다. 시제품 맛이 좋아도 막상 대량생산에 들어가면 맛의 균일성이 떨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반복생산 밖에 답이 없다. 처음 맛과 달리 시제품이 나올 때마다 생산을 반복하며 문제점을 잡아간 끝에 제품 균일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염 소장은 말했다.

▶상징적 녹색병 버리고 라벨도 ‘파격’=인생막걸리는 원료 등 내용물 뿐 아니라 패키지에서도 ‘파격’을 시도했다. 우선 서울장수의 상징과도 같은 녹색병 대신 투명병을 사용했다. 보다 세련된 인상을 주는 동시에 재활용도 더 쉽다는 이유가 컸다. 대신 자외선이나 냉장고 조명 등에 품질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빛이 산란되도록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처리했다. 라벨 디자인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모티브로 한 감각적인 디자인에 ‘인생’ 키워드를 담은 메시지를 담아 총 3종으로 완성했다.

이 같은 패키지 변화와 관련해 경영진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간판 제품 장수생막걸리가 여전히 잘 나가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과의 일관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제품인 만큼 확 바꿔보자’는 의견이 더 힘을 얻으면서 현재 디자인으로 제품화가 가능했다. 막상 제품이 출시돼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오자 경영진 대부분이 지금은 흡족해하고 있다고 염 소장은 귀띔했다.

▶“완전히 새로운 막걸리 선보일 것”=염 소장은 인생막걸리 다음 주자로 선보일 신제품이 “지금까지 막걸리시장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존 막걸리 원료가 쌀이나 밀, 과일 등에 한정되다보니 맛이 크게 다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는 통상 막걸리에 쓰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원료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제조 과정에서도 대부분 효모를 사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고유의 효모나 입국 균을 사용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또 발효 방법에 있어서도 지금과 다른 온도를 설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막걸리 시장이 침체됐다지만 ‘홈술’ 등으로 가정에서 주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홈술을 즐기는 다양한 연령층 고려해 보다 세분화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자체 연구소 뿐 아니라 국가연구기관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며 파격적인 연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