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으로 떠나고 싶어” 맘카페엔 아이 걱정에 하소연
“저까진 참을 수 있지만…한국에서 70년, 80년 살아야할 아이는 어떡하죠?”
20일 오전 서울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를 발령된 가운데 학부모들의 시름이 또다시 깊어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재난 수준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아이들을 위해 청정지역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온라인 맘카페 회원은 “가뜩이나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어 귀농을 고민하고 있는데, 봄마다 기관지까지 안 좋아서 콜록거린다”며 “이참에 제주도로 이사가려고 봤더니 제주마저 미세먼지로 가득해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몇몇 학부모들이 뉴질랜드 같은 청정지역으로 아이들을 ‘피신’ 시킨다는 이야기엔 “당장 제주에 며칠 가있으려나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는데 뉴질랜드는 언감생심”이란 하소연도 이어졌다.
국내로도 국외로도 피신할 수 없는 부모들은 미세먼지 방지제품 구비에 골몰했다.
유치원생 학부모 이모(34) 씨는 “아이 얼굴이 너무 작아서 어지간한 마스크는 죄다 뜬다”며 “아동용 마스크를 파는 곳이 많이 없어서 눈에 보일 때마다 서너장씩 사서 쟁여둔다”고 말했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공기청정기 가격정보부터 미세먼지 방지커튼 같은 생소한 제품들의 정보로 활발하게 교환된다.
10년, 20년 전과는 달라진 세상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함 마음 뿐이다.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라게 하고 싶지만 동네 놀이터 한번 나가는 것조차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안 된다’고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모든 수업이 숲에서 이뤄지는 야외체험형 유치원들 역시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수업 대신 실내수업으로 교육과정을 대체했다. 경기도의 한 숲유치원 관계자는 “이번주 계속해서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아 숲 체험시간을 줄이고 실내에서 수업했다”며 “부모님도 교사들도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며 자라나길 바라며 만들어나가는 교육현장이지만 미세먼지엔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놀이터에 나가서 놀수 없는 아이들이 향하는 곳은 결국 키즈카페와 백화점 뿐이다. 학부모 김모(37) 씨는 “2학년인 큰 아이는 나가 놀겠다고 떼라도 쓰는데 유치원생 둘째는 그런 말도 안 한다. 겨울엔 춥다고, 여름엔 덥다고, 봄엔 공기가 나쁘다고 매번 안 된다고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둘째는 ‘키즈카페 가자‘,’백화점ㆍ마트 가자’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우리 어렸을 때 골목길에 나가면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은 좀 무궁무진했냐. 스마트폰 있고 컴퓨터도 있다지만 안타깝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