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석화 등 장치산업 고용유발효과 적고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은 구조조정 장기화 성장해도 일자리 늘어나지 않는 구조 정착 “투자여건 조성 제조업 살리기 나서야 극복”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제조업 약화로 고용창출력이 떨어져 경제가 성장해도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조업의 위축이 고용감소를 초래하고 고용감소는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를 부르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가 2682만2100명으로 2017년보다 9만7300명(0.4%)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7년 취업자가 전년대비 31만5700명(1.2%) 증가한 것에 비하면 작년의 증가폭은 낙제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취업자 증가율을 지난해 실질 GDP 증가율(2.7%)로 나눈 고용탄성치는 0.136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탄성치는 경제 성장에 따른 고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고용탄성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경제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연계 고리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고용탄성치는 2014년 0.707에서 2015년 0.388. 2016년 0.302, 2017년 0.390등으로 하락추세가 완연하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마치 ‘고용없는 성장’으로 치닫는 듯한 모습은 지금의 제조업 위기와 직결돼 있다. 지난해 주력 제조업 취업자가 12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제조업이 구조조정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투자마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7년 14.6%에서 2018년 -1.7%로 급감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이끌다시피하고 있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같은 장치산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산업들이다.
올해 제조업 전망도 여전히 나쁘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제조업의 올해 1분기 시황 전망은 83, 매출 전망은 85였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주력제조업에 대한 ‘빅 픽처(Big Picture)’에 기반해 체질개선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올 한 해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기업들이 지적한 것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41.8%)였다. 제조업이 체질개선을 미루면서 부가가치도 급감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총부가가치 증가율은 2002~2008년 7.5%에서 2010~2016년 3.8%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일본이 0.6%에서 1.4%, 독일은 2.7%에서 3.9%로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은 34.6%(2016년 기준)로 미국(38.3%), 일본(36.1%)은 물론, 중국(35.2%)에도 밀린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기업 투자에 필수적인 규제 혁신은 더디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친노동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룬채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갈수록 더 떨어지고, 신성장동력도 찾기 힘들어진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제조업을 살려야 ‘제조업 위축→고용 감소→소비 위축→경기 둔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고,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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