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해 우리나라 전산업생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핵심인 제조업 재고는 큰폭으로 증가해 향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출하의 증가폭은 0.3%에 머문 반면, 재고는 7.2% 급증해 경기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생산 자체가 부진할 뿐만 아니라 생산을 하더라도 내수와 수출 등 판로가 마땅찮기 때문에 공장에 재고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6일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재고는 전자부품(-7.3%)과 의료정밀과학(-10.5%) 등에서 감소했으나, 자동차(6.5%)와 통신ㆍ방송장비(33.5%) 등에서 늘어나면서 전월대비 2.2%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기계장비(-3.0%), 의료정밀화학(-9.7%), 가구(-15.0%) 등에서 감소했으나, 화학제품(20.7%), 자동차(17.1%) 등이 늘면서 7.3%나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인 재고율은 116.0%로 전월에 비해 4.3%포인트 급등했다. 재고율은 올 10월까지만 해도 106~107% 전후의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움직였으나 11월에 111.7%로 급등한 후 연말엔 116%대로 한단계 더 올라간 것이다. 이러한 제조업 재고율 수준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쓰나미가 몰아쳤던 1998년 9월(122.9%) 이후 20년만의 최고치다.
제조업 재고출하 순환도를 분기별로 보면 출하의 증가폭은 지난해 3분기 0.5%에서 4분기에 0.3%로 축소된 반면, 재고의 증가폭은 같은 기간 5.2%에서 7.3%로 확대됐다. 출하는 둔화되는데 재고는 큰폭으로 증가해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재고가 쌓이게 되면 기업들은 생산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우선 재고를 줄이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지난해 후반부터 수출 전선에 이상조짐이 나타나면서 재고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것이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뜩이나 생산이 위축된 상태에서 재고가 쌓임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 축소에 이어 생산시설 감축에 나설 경우 우리경제의 후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제조업 생산능력 지수는 전년대비 1.1% 감소해 1975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구조조정과 폐업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생산시설 감축 규모가 설비 신규 도입ㆍ증설 규모를 웃돈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와 조선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이어 우리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산업의 창출이 부진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재고가 우리경제의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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