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2272661_960_720
실버서퍼(사진=픽사베이)

나이가 많다고 뒷방 늙은이로 보지 말라. 인생은 2막부터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이다. 어느덧 트렌드에 익숙하고 따라가는 실버 세대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트렌드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실버’라는 단어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서퍼’라는 단어가 결합된 실버 서퍼(silver surfer)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변화하고 있는 실버 시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수정1
인구구조추이(사진=통계청 블로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30대 직장인 김소원 씨는 얼마 전 60대인 엄마에게 메신저 이모티콘을 선물했다. 예전엔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물었던 엄마는 이제 메신저로만 연락을 한다. 심지어 주위 친구들끼리 메신저 방에서 이모티콘도 자유자제로 쓰신다. 신상 이모티콘을 선물로 보냈더니 엄마가 바로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보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실버 서퍼들이 뜨고 있다. 실버서퍼(silver surfer)는 여가시간이 충분하고 경제력이 있는 50ㆍ60세대가 스마트기기에 관심을 가지고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을 지칭한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했던 2019년 콘텐츠 산업 전망에서 실버 서퍼가 6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콘텐츠 시장은 젊은 층이 주도를 해왔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50대는 전 세대 중 유튜브 이용률 3위에 올라있고 실버 크리에이터도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층이자 제공자로 급부상한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은 “실버 층이 생산과 소비를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슈머’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이미 실버서퍼의 급부상을 주목한 바 있다. 2014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시간과 돈이 있는 부유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겨냥한 애플리케이션, 기기가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컴은 영국인 55~64세 연령대에서 인터넷 사용인구가 2011년 1/4에서 2014년에 1/3으로 늘었다고 밝혔고 이들의 온라인뱅킹 이용은 2005년과 비교해 2배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60대의 구매량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135%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알렸다. 60대 이상 고객의 구매량은 5년 새 171% 증가했다. 경제권을 갖춘 중장년층이 빠르게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면서 실버 서퍼 쇼핑족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였다. 11번가도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0대와 60대 거래액이 각각 93%, 87%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메프의 작년 대비 50~60대의 매출은 36% 늘었다.

■ 고령화 사회→실버산업 발달 당연한 결과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보면 달라진 인구 구조에서 온 당연한 결과기도 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고령 인구가 712만명, 전체 인구의 14.2%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전년도에 비해 0.6%p가 증가했다. 고령화 사회는 국내외를 할 것없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고령 인구 중에선 1인 가구의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1인가구수는 561만8677개로 전체의 28.6%로 역대 최고치였다. 그 중에서 60대 1인 가구수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8만명이 늘었다. 가장 큰 폭의 증가였다. 자연스럽게 고령층, 그리고 1인가구를 중심으로 한 산업에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한 결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조1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실버푸드 시장이 오는 2020년 1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아무래도 소화나 씹는 기능이 저하된 고령층을 위해서 연화식 푸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만 보더라도 케어푸드 시장이 매년 증가해 올해엔 1조 2282억원(후지경제연구소 기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도 아워홈이 고령층을 위한 연화식 양념육을 출시하는가 하면 현대그린푸드는 가정간편식 형태의 연화식 제품을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일본의 뉴트리와 협약을 맺어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며 CJ제일제당도 전문 브랜드 론칭한다. 스마트 기술을 앞세운 의료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신체적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을 위해 사물인터넷(loT), AI(인공지능) 등의 기능을 접목 시키며 새로운 시장의 한 면을 장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최근 스마트 보청기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잘 들리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블루투스, 인공지능에 loT 기술까지 탑재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된 CES 2019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로봇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삼성봇 케어 버전은 실버 세대의 생활을 관리하는 로봇이다. 사용자의 혈압, 심박, 수면상태를 측정해주고 보호자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도 할 수 있다. 긴급상황 신고도 가능하다. 또 웨어러블 로봇도 선보였는데 이는 보행이 어려운 이들의 거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LG도 지난해 선보였던 하체근력 지원용 로봇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다. 상명대 경제학부 이준영 교수는 실버서퍼에 대해 “원래 ‘액티브시니어’라고 불렸던 층이 있었다. IT 분야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온라인 채널도 많아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런 분야에 당연히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세대간 격차가 벌어진다. 실버 세대들도 정보격차가 벌어지니까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예전엔 실버라고 하면 시대에 뒤쳐진 이미지였는데 이젠 소비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정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는 모습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에 따른 실버산업 확장에 대해서는 “인구구조 변화를 보면 고령화와 1인 가구가 메가 트렌드다. 고령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1인 고령세대도 많아지면서 이런 변화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