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우리 법조계는 아직까지 일제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 전까지 우리는 고시제도라는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고시의 높은 문턱을 통과한 소수 엘리트들은 시험 한번 잘 본 덕분에 평생 동안 사회적 명예와 경제적 풍요를 보장받았다. 이러한 국가 주도의 고시제도는 일제 침략기에 완전히 정착되었다.
소수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법조계는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액의 변호사비용으로 인하여 국민의 법률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을 모방하여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보완하는 법조 유사 직역을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만들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직역들 중 상당수가 관련 업무를 처리하던 공무원 출신들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하면서 전관예우나 퇴직자 밥그릇 챙기기라는 특혜를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사회가 변하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많은 진통 끝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로 인하여 이제는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다양한 학문적ㆍ사회적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대량으로 배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였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일제가 남겨 놓은 법조 유사 직역제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원칙과 예외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법률업무는 원칙적으로 변호사의 고유 업무이다. 법률업무는 소송을 포함하여 법률자문, 각종 계약이나 법률행위가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변호사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만이 수행하여야 하는 소송업무는 제외하고, 다른 분야의 법률업무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변호사를 보완하기 위하여 각종 법조 유사 직역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 유사직역이 하나씩 만들어질 때만 해도 변호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유사직역도 그 종사자들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암묵적 공존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유사직역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면서 그 안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소액사건, 조세소송, 특허소송, 노동소송 등 소송분야에까지 업무범위를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다.
소송은 현행법상 변호사의 고유한 업무 영역이다. 소송능력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국민의 권익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도 소송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자에게 결코 재판을 맡길 수가 없다. 유사직역이 본래의 업무범위를 넘어 소송까지 하게 해달라는 것은 원칙을 넘어서는 지나친 욕심이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국민과 함께, 국민의 다정한 이웃으로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들이 대량 배출되고 있다. 유사 직역은 그 역사적 사명을 다하였으므로 당장 폐지하거나 통합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위적인 폐지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본래 변호사가 처리하여야 할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의 부족으로 유사직역이 보완적으로 처리하여 왔던, 변호사와 유사직역 간에 중복되는 업무분야에 대해서 국민을 위하여 ‘비용과 전문성’으로 경쟁하도록 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