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27명 사망후 연금개혁안 철회…러시아 반정부 시위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보험료율을 올리고 수급시기를 늦추는 개편안에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등장하는 등 역풍이 거세게 불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파급력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그간 연금의 근본적인 개편을 미루고 ‘땜질’ 처방으로 무마하는 등 ‘시한폭탄 돌리기’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해온것도 사실이다.

연금 개편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노후보장수단으로 공적연금제도를 시행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통과의례로 겪어왔던 문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권력이 교체되는 일이 적잖게 벌어졌을 만큼 ‘뜨거운 감자’다.

21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최근에 연금개혁을 놓고 진통을 겪은 곳은 중남미 니카라과와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 4월 18일 부실해진 연금 재정을 건전화하는 취지에서 기업주와 근로자가 내는 연금보험료를 최대 22% 늘리되, 전체 혜택을 5% 줄이는 연금개혁안을 확정했다. 이에 근로자, 학생 등 연금 예비수령자들이 수도 마나과를 비롯해 전국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개혁안에 찬성하는 정부 지지자까지 거리로 나오면서 양측이 충돌하는 폭력사태도 빚어지는등 전국적인 항의 시위와 유혈 충돌이 1주일간 이어지면서 경찰관 2명을 포함해 최소 27명이 숨졌다.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집권 11년차인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결국 지난 4월 22일 연금개혁안을 철회했다.

연금 개혁은 러시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푸틴정부는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을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연금법 개정안을 지난 6월 14일 발표했다. 논란을 의식해 러시아월드컵 개막 전날 발표했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지난 7월28~29일 연이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 여러 도시에서 정년과 연금수급 개시연령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연금 생활자들을 보호하고, 정년 연장계획을 취소하며,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하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러시아 연금 개혁의 후폭풍은 ‘21세기 차르’로 통할 정도로 권력 장악력이 큰 푸틴정부조차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법 개혁이 그간 잠재돼 있던 푸틴 장기집권과 경제난에 대한 국민 불만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러시아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의 90%는 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를 웃돌던 푸틴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연금개혁 발표 후 50% 이하로 떨어졌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2000년 전후로 연금개혁에 나섰다가 국민 반발에 정권이 흔들린 사례가 적지 않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등이 연금개혁에 손을 댔다가 줄줄이 중도 낙마하거나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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