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 플라스틱 빨대 퇴치 거센 바람 -빨대 필요없는 컵뚜껑ㆍ종이빨대 속속 도입 -정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도 맺어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 바다거북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있다. 빨대 모서리만 겨우 보인다. 니퍼를 이용해 구조대원들이 빨대를 빼내려 하지만, 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깊숙이 박혔다. 고통이 심한듯, 바다거북은 눈을 감고 괴로워한다. 코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흐른다.

해당 영상은 지난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잡힌 한 바다거북 영상이다. 이는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전세계인들에충격을 줬다. 인간이 무심코 쓴 플라스틱 빨대가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 빨대 조각은 플랑크톤과 물고기 몸속에 축적되고 그 물고기가 결국 우리 식탁에 올려져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음료업계에서 이처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빨대를 바꾸고, 아예 빨대가 필요없는 컵 뚜껑을 도입 중이다.

엔제리너스는 이날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료를 바로 마실 수 있는 ‘드링킹 리드’(뚜껑)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국에 있는 매장으로 도입한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달 환경부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말까지 비닐쇼핑백 사용량을 90% 이상 줄이는 한편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올해 말까지 30% 감축키로 했다. 뚜레쥬르 역시 비닐 80%를 줄일 계획이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6월부터 매장 내의 빨대 거치대를 제거하고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 또 빨대 없이 사용 가능한 음료컵 뚜껑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빽다방은 종이빨대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으며,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 출시를 검토 중이다.

전국 1180여곳의 매장을 운영중인 스타벅스는 올해 안에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목표로 한다. 또 종이빨대를 도입해 시범 운영한 뒤 전 매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현재 국내 스타벅스에서 1년간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21㎝)는 약 1억8000만개로, 종이빨대 도입을 통해 연간 지구 한바퀴(약 4만㎞)에 해당하는 총 3만7800㎞ 길이, 무게로는 126t의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완전 퇴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억개 이상의 빨대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설록에서는 종이빨대를 이용해 아이스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오설록에서는 종이빨대를 이용해 아이스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귀뚜라미그룹 외식사업 계열사인 닥터로빈은 업계 최초로 쌀 빨대를 도입했다. 쌀 빨대는 평균 100~150일 이내에 100% 자연 분해되는 소재다. 기존 빨대 두께와 유사해 인체에 닿는 감촉이 우수하고 찬물에서는 평균 4~10시간, 뜨거운 물에서는 2~3시간 형태를 유지한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오설록도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빨대를 도입해 매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빨대를 사용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분해까지는 500년이나 걸려 재활용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소비자 스스로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는 것을 넘어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위해 법적인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3위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는 1인당 132.7㎏의 플라스틱을 소비했다. 같은 시기 미국은 93.8㎏, 일본은 65.8㎏이었다. 생산된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건 3~5% 정도다. 나머지 95%는 재활용조차 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