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열대야에도 숙면하려면…에어컨 온도 24~26도가 딱!

- 폭염 여파…서울 지역 이틀째 초열대야 - 잠들기 좋은 온도 24~26도ㆍ습도 60% -“억지로 누워 있으면 오히려 더 잠 안 와”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연일 40도까지 육박하는 폭염에 전국이 끓고 있다. 온열 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3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감시 체계(전국 의료기관 응급실 519곳 대상)’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총 2549명, 사망자는 30명이었다. 하루 만에 환자가 200명 넘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13명ㆍ사망 6명)과 비교해 온열 질환자는 2.8배, 사망자는 5배나 됐다. 8월이 막 시작됐지만, 2011년 감시 체계를 가동한 이래 온열 질환자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낮 동안 올라간 기온이 밤에도 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다는 열대야는 이제는 너무 자주 겪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날 오전 서울 지역의 최저기온은 30.4도였다. 이틀 내리 초열대야(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것)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기상 관측 111년 사상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 중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지난 2일 최저기온(30.3도)를 0.1도나 높았다. 같은 날 최고기온이 37.9도로, 지난 1일(39.6도)보다 낮았음에도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한 것이다.

▶초열대야, 에어컨 켜고 잠자리 드는 것이 좋아=초열대야로 잠을 못 이루게 되면 생체 리듬이 깨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때문에 에어컨을 켜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24~26도로 온도를 설정하고,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등의 생활 습관을 갖추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열대야나 초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높은 기온으로 인해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람은 기온이 20도 정도일 때 가장 쾌적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열대야 때에는 밤에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며 “열대야 상태가 되면 잠자는 동안 체내 온도 조절을 담당하는 중추가 발동하면서 심박수가 증가해 몸을 자꾸만 뒤척이게 되고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되는 단계인 렘(REM)수면이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더위에 잠을 설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로감이 가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 두통, 식욕 부진, 소화 장애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며 “이런 생활이 지속될 경우 생체 리듬이 깨져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온도가 너무 낮아도 숙면을 취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 실내 온도와 습도는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통상 온도는 24~26도, 습도는 60%가량으로 맞추면 잠자기에 좋다.

보통 에어컨을 활용해 실내 온도와 습도를 맞추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오 교수는 “에어컨을 장시간 켜 놓고 환기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체온 저하와 혈액 순환 장애로 피로감, 두통이 오고 심하면 신경통, 소화 장애 등을 겪는 이른바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며 “에어컨을 쓸 때에는 실내 온도를 무리하게 낮추지 않도록 하고 강하게 잠시 틀어 놓았다가 끄는 것보다 약하게 여러 시간을 틀어 놓는 것이 더 좋다”고 충고했다.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도 숙면에 좋다. 오 교수는 “샤워를 하면 체온이 내려갈 뿐 아니라 사람을 각성시키는 교감신경이 진정돼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다”며 “이때 너무 찬물로 샤워를 하면 샤워할 때와 하고 난 직후에는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피부 혈관을 잠깐 수축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체온이 올라가 잠들기 더욱 어렵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늘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 들여야=늘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더위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면 수면의 흐름이 깨져 ‘불면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억지로 자려고 해서도 안 된다. 오 교수는 “억지로 잠자리에 누워 있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 각성 상태를 유도해 더욱 잠을 못 자게 할 수 있다”며 “이때 잠시 일어나 음악을 듣거나 독서, 목욕 등 다른 활동을 해 잠이 올 것 같으면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잠을 설쳐 낮잠이나 늦잠 욕구가 있다면 가급적 자지 않는 것이 좋다. 정 졸음이 오면 낮잠을 자되, 30분 이내로 짧은 수면을 취해야 한다.

초저녁에 20~30분 정도 자전거 타기, 산책, 줄넘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 교수는 “몸을 지치게 만들면 잠을 깊게 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격렬한 운동은 체온을 상승하게 만들어 6시간 정도 지나야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숙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저녁 식사는 잠들기 최소 3~4시간 전에는 해야 한다. 자기 직전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시키느라 몸에서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잠자기 전 수박이.청량음료 등 수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수분 배출을 위한 소변 때문에 자다 깰 수 있다”며 “과일, 청량음료 등은 몸 속만 일시적으로 식힐 뿐 체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잠자기 전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콜라, 담배는 각성 효과가 있어서 수면을 방해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대신에 따뜻한 우유나 차를 마시면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는 효과로 피로를 풀어 주고 불안감을 해소,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숙면에 도움이 된다.

오 교수는 “간혹 술을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술을 마시면 잠이 잘 들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잠깐이고, 오히려 얕은 잠에 들어 수면 중간에 자주 깨게 만들므로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대야를 이겨 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 고른 영양 섭취, 절제된 생활 등 규칙적 생활로 무더운 여름에도 생체 리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