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반발 카풀 1위 풀러스 대표 사임·직원 70% 구조조정 우버·콜버스·티티카카 이어 또 넘사벽…규제·득권 원성 쏟아져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규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검은 카르텔이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젊은 혁신가들의 꿈을 짓밟은 택시업계라는 검은 카르텔을 이제는 청산해야 할 시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국내 1위 카풀서비스 ‘풀러스’의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의 70%를 구조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청원인은 택시업계를 ‘우리 주변에 도사린 낡은 적폐’로 칭하며 “검은 카르텔 앞에 사회 혁신가들의 꿈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27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풀러스 사태를 계기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의 등장을 막는 규제와 기득권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풀러스는 2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카풀 사업을 확장했으나 택시업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서울시는 경찰에 풀러스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수사 의뢰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승차공유 서비스 규제 완화를 시도했으나 논의 당사자인 택시업계는 ‘카풀앱 업체가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스타트업의 교통 분야 진출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8월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 택시 노조는 우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는 2015년 1월 불법 유상운송행위를 신고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포상금을 주는 ‘우버 파파라치’ 조례를 실시했고, 검찰은 불법 여객 운수 혐의로 우버를 재판에 넘겼다. 결국 2015년 3월 우버는 한국에서 철수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미국 우버의 기업가치가 80조원, 중국 디디추싱이 62조원이고 이들이 엔지니어를 고용해 교통 경로 최적화,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택시업계에 막혀 유니콘 스타트업의 등장이 막혔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과 관련해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 대표들이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들과 제휴해 국내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한국 연예인들을 기용해 콘텐츠 제작에 나서자 방송사들이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미디어 스타트업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미국 최대 DVD 대여 체인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스트리밍 시장을 개척하고 독자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자체적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동안 한국의 방송사들은 무엇을 했나”라며 “이제 와서 애국심에 기대면서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막아달라고 하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역시 규제와 의료계 등 기득권과 부딪히며 발목 잡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를 2017년 103조원에서 2020년 19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본인 원격진료의 경우 2000년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행된 이후 18년 동안 세 차례 의료법 개정 시도가 모두 무산됐다. 원격진료 시행으로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중소 병원의 반대와 의료 민영화의 전단계라는 시민단체의 우려 때문이었다.
또 의료 빅데이터는 정밀의료, 의료기기, 신약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자료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이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스타트업의 접근 자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의료 혁신을 구현하기 위한 규제 장벽이 너무 많고 혁신가들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요인도 많다”며 “의료 산업이 몰락하면 일차적으로 기업이 피해를 입지만, 이는 결국 혁신의 수혜를 받을 기회를 잃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jin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