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격과 경매가격은 왜 다를까

지난 27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붉은 점화 ‘3-II-72 #220>이 낙찰가 85억2996만원(6천200만 홍콩달러)으로 한국 미술품 경매가 최고기록을 세웠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미술품가격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증거로 필자에게 이에 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질문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화랑이나 경매에서 작품을 사본 적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대체로 이런 질문을 한다. 왜 그토록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낙찰 받으려고 하는가?

최고가를 경신하며 팔려나가는 작품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즉 상상을 초월한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는 작품을 사는 사람의 심리와 구매의도, 높은 가격이 품질보증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 화랑에서 작품을 샀던 경험이 있는 수집가의 경우,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화랑가와 경매가의 차이가 나는 원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먼저 경매장에서 구매자가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작품을 사는 이유는 소유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자기만족, 부의 과시, 취향, 투자가치, 미술품의 특성인 단 한 점뿐이라는 희귀성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강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경매사는 이런 입찰자의 심리를 이용해 누구나 탐내는 최고의 작품을 경쟁자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경매회사의 수익은 낙찰된 작품의 위탁수수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매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어 가격을 올리는 대표적 전략으로 경매사는 빠른 속도로 경매를 진행한다. 오래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 이유는 긴장감을 조성해 승부근성을 자극하려는 의도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오른 가격이 예술적 가치를 검증하는 보증서와 같은가? 일반적으로 최고가 작품이 예술성도 가장 높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가격과 예술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천문학적인 낙찰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작품을 가지려는 구매자의 강한 소유욕이 빚어낸 결과물, 즉 힘든 투쟁을 통해 얻은 승리의 기념비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1차시장인 화랑가격과 2차 시장인 경매가격이 다른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화랑가격은 공급자, 경매가격은 소비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화랑은 작가의 명성, 브랜드 가치, 작품성, 제작기법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하는 반면 경매는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최후의 응찰자 단 한사람이 가격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화랑가격이 경매가격보다 비쌀 수도, 더 쌀 수도 있다.

수년째 화랑들이 경매회사가 고객을 빼앗고 미술시장 질서를 파괴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화랑과 경매회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데 가격시스템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구매자들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