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누드모델 몰카 유포자 잡고보니 같이 갔던 다른 모델 학교·학생 악성루머 댓글 곤욕 “모델수업 학생들 정신적 상처”

홍익대학교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최초 유포자가 여성 동료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한국누드모델협회 측은 “전혀 상상조차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홍대 해당 학과 학생들은 “근거없는 소문들과 악플에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1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던 모델 4명 중 한 명인 안모(25·여)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10일 오후 긴급체포됐다. 안씨는 경찰에서 “파장이 커지자 게시글을 삭제했다”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드모델협회 “동료 모델 소행 상상도 못했다”=하영은 한국누드모델 협회장은 1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범인이 동료 모델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수업에 모델 1명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모델이 4명이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건 발생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자 소행인 것을 전제하고 “범인이 외부인일 경우는 당연히 없을 것”, “수업 자체에 마음 편하게 모델들을 보낼 수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었다. 학교 측의 대응을 지적하며 “학교에서는 너무 쉬쉬하려는 것 같고 대응 방법이 너무 허술하다”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조만간 페이스북에 해명하고 사과하는 글을 올릴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하 협회장은 “1학년 학생들은 인체 수업에 익숙하지 않아 모델 1명을 쓰는 게 대다수다. 4명의 누드 모델을 세울 거라고는 업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과는 별개로 좁은 공간에 4명의 모델을 동시에 세워 포즈를 취하게 한 것은 기존 관행과는 벗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 협회장은 “4명이 좁은 무대에 모두 함께 섰다는 것을 어제 저녁에야 알았다. 나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서로 모르는 남녀가 포즈를 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 때는 옆 사람의 숨소리도 힘들게 느껴진다. 짧은 휴식 시간에 별도의 휴식공간을 사용하기도 힘든 데다 알몸의 상태로 휴식을 취하면서 예민해지고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 회화과 “알고도 쉬쉬했다는 루머 가장 억울했다”=반면 홍대 회화과 학생들은 그동안 떠도는 악성 루머와 학교를 향한 대한 비판에 괴로운 모습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찾은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학교 회화과 강의실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학교 복도에는 ‘누드모델 무단 촬영 긴급대책 회의 중간결과 보고 공고’와 ‘회화과 누드모델 수업 매뉴얼’이 붙여있었다.

회화과 1학년 김모 씨는 학교 분위기를 묻자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 그는 “학생들이 카카오톡으로 누드 모델 사진을 돌려봤다느니 알고도 쉬쉬한다느니, 모두가 퇴학 당할까봐 학교측이 감싸고 있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는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다른 1학년생은 “피해자가 당연히 가장 힘들었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의혹, 악성댓글 때문에 과 잠바를 입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사건 당일 강의에 참석해 경찰 조사를 받았던 학생들은 몹시 지친 모습이었다. 범인 이들 학생 중 하나라는 게 당연시 여겨져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었다. 이들은 이번주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위해 휴대전화를 모두 제출했다.

학생들은 학교와 학생회 측이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까지 함께 받아 왔다. 한 회화과 학생은 “사건이 알려지고 즉시 대책회의를 소집해 2일만에 경찰에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는데 이런 지적이 나와 안타깝다”고 했다. 홍대 재학생 안모(23) 씨는 “이번 누드모델 몰카 사건은 학생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누드 모델 수업 규칙을 손보고 더욱 조심하는 계기로 삼자는 위로도 나왔다. 회화과 졸업생 박모(28) 씨는 “혹시라도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