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대전법원, 행심위ㆍ산업부이어 수원지법도 제동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고용노동부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추진하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놓고 법원과 정부 내 다른부처까지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마치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 각계에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지만 공식 입장도 내지 못한채 속만 끓이는 모양새다.
수원지법은 19일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중부지방고용노동청·경기지청장 등을 상대로 보고서 공개를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공개보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라는 얘기다.
앞서 17일 대구지법, 18일 대전지법에 이어 수원지법까지 작업환경 보고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부내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산업부 반도체전문위원회도 “전면 공개해서는 안되는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된다”고 결정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부 결정의 취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산업부의 판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예정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A씨의 유족이 작업환경 보고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지난 2월 대전고법이 이를 공개하라고 판결하자 이 보고서의 전면 공개를 추진했었다. 고용부는 당시 브리핑을 자청해 “법원판결에서 이미 ‘보고서 내용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 아니며,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작업환경 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내 유해물질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한 결과를 기재한 것으로 사업주는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해야 한다. 공개요청 대상은 2010~2014년 기흥·화성공장, 2011~2013 화성공장, 2010~2015년 기흥공장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영업기밀 등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작업환경 보고서의 전면 공개를 막기 위해 각 공장이 있는 지역의 법원(대구·대전·수원지법)에 행정소송을 냈고,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었다.
고용부 입장에서 이제 ‘공개 강행’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개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핵심기술보다 근로자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해왔던 그간의 입장을 뒤집게 되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고용부는 일단 보고서 공개를 당분 간 보류하는 대신 행정심판과 소송에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산업부가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담겼다고 인정하면서 산재 당사자와 소송 관련자가 아닌 시민단체나 언론 등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에 부정적 여론이 높아져 고용부 차원의 공개 범위와 대상 등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영업기밀을 제외한 정보를 당사자에게만 제공하는 중재안이 모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고용부는 당사자 외 제3자에게도 정보를 공개하는 정보공개 지침 변경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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