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물벼락’ 사건이 결국 ‘쓰나미’로 돌아왔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두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조 회장은 22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현아ㆍ현민 자매 퇴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울러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열흘간의 침묵 끝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이미 물벼락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후 잇달아 터져 나온 의혹, 특히 조 회장 일가의 밀수ㆍ탈세 의혹에 관세청이 자택과 본사 압수수색의 칼을 꺼내드는 등 사태는 개인적인 일탈행위를 넘어 한진그룹 전체로 확산됐다. 지난 12일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가 14일에는 조 전무가 직원에게 욕설과 함께 괴성을 지르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론의 비난이 확산되자 16일 조 전무는 ‘대기발령’됐다. 이후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6년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태는 확산국면을 맞았다.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 지시로 당시 ‘봐주기’ 등이 있었는지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19일에는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막말과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이 시기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개설한 익명 ‘제보방’에 각종 제보와 증언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ㆍ탈세 의혹까지 나왔다. 결국 조양호 회장은 그룹 전체 위기감이 고조되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저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의 임직원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때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땅콩회항’사건과 관련, 외부전문가로 이뤄진 소통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소통위원회는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도 조 회장은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했다.
두 자매의 사퇴에 대해서도 의구심은 여전하다. 실제 물러났던 조현아 씨가 집행유예기간임에도 지난달 슬그머니 그룹 임원으로 복귀해 비난이 일었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자매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나와야 한다. 더이상 경영상이 아닌 오너리스크로 2만여 직원들이 동요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이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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