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온몸을 산화한 전태일 열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박정희 군사 독재로 암울했던 1970년. 평화시장 피복공장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은 봉제공장 여공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작업 환경을 죽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스스로 몸을 태워 노동운동의 불꽃을 피워올린 것이다. 그의 죽음으로 이 땅엔 노동운동의 새 장이 열렸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그의 꿈을 후학들이 이어받은채 말이다.
그리고 48년이 지났다. 올해들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다소 버거운 감은 있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의 대의명분에 충분히 동의한다. 그러기에 국민 대부분은 노동자를 보호하고 부의 재분배 기능을 가진 노동조합 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노조의 비뚤어진 행위는 자칫 긍정적 평가를 받던 노조 운동에 대한 시선을 흩트려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뒷얘기를 낳고 있다. 최근의 한국지엠(GM) 노조와 이마트 노조가 그렇다. 한국GM 노조는 회사가 당초 약속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사장실을 폭력으로 점거했다.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극단적 행동에 많은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노조가 노동자의 권익 보호란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난 ‘이기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냉정한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이마트에서 잇따라 발생한 직원 사망 사고를 두고 진행된 이마트 노조의 일련의 행동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사망 사고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인의 추모를 한다면서 이마트 출입문 등 기물을 파손하고 무단으로 영업 중인 매장에 진입해 점포를 돌며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이마트 노조는 지난 6일부터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사망한 직원을 기리는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회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고인을 위한 분향소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서명 운동이라기보다 시위 현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같은 행위가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일지 의문이 든다. 동료 직원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노조라는 불편한 시선을 일각에서 갖고 있다는 것을 노조는 알아야 한다.
최근들어 다시 ‘강성노조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건전한 노조라면 전성시대를 환영할 일이다. 기업의 투명경영, 삶의질 개선을 위해 노조 역할은 당연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을 훼손한채 비뚤어지고, 폭력적이며 정치적인 노조 활동이라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불순한 노조행위가 쌓이고 쌓인다면, 노조는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오명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경기 불황과 실업난으로 모두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가 진정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노조 역시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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