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발표에 비트코인 4시간 동안 17% 폭락 -“‘거래소 폐쇄’ 언급에 투자자 심리적 저항선 무너져” -“불법 투자자로 매도 말아달라” 청와대 청원 줄이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직접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거래 금지를 언급하는 등 정부가 강경책 추진을 시사하면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투자자들 한쪽에서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며 청와대 청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였고, 벌써부터 외국 거래소로 자금을 옮기는 경우도 늘어났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 참여자가 폭주하면서 순간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가상화폐 관련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이미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 규모가 최대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더 큰 부작용이 생기기 전에 거래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는 방향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가상화폐의 변동 폭은 주식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외국에서 한국의 가상화폐 열풍을 ‘madness’라고 표현할 정도인 만큼, 강력한 규제책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12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전 8시 기준 1850여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1일 발표 직전 2100만원 수준을 유지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박 장관의 발표가 직후 급락해 1751만원까지 내렸다. 이후 비트코인은 소폭 반등했지만, 다른 가상화폐는 하룻밤 새 최대 15%까지 모두 폭락했다.
일부 가상화폐는 청와대의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는 해명으로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이미 얼어붙었다. 이번 폭락을 두고 정부의 초강수에 사실상 투자자들의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규제책을 두고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안정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를 호재로 여겼다”며 “그러나 당장 거래소 폐쇄 등의 강경 발언이 공식화되면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사실상 망했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 거래소 고객센터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를 거래소가 아닌 개인지갑으로 옮기겠다는 문의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 가상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에 4000여만원을 투자했다는 김모(31) 씨도 지난 11일 국내 거래소 지갑에 있던 가상화폐를 모두 개인 지갑으로 옮겼다. 김 씨는 “거래소가 폐쇄되면 그 안에 있던 가상화폐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느냐”며 “이미 가상화폐 투자 게시판에서는 가상화폐라도 먼저 개인지갑으로 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답했다. 그는 “이미 폴로닉스 등 외국 거래소로 가상화폐를 옮긴 사람도 많다”며 “거래소가 폐쇄되면 그나마 갖고 있는 가상화폐도 처분 못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 글도 조회수가 높다”고 했다.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국에서나 볼 수 있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외국 거래소가 규제없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외환법 등에 저촉되지 않도록 미리 돈을 옮겨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투자자는 “정부가 한순간에 투자자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해외 거래소로 돈을 옮기는 것도 불법이라고 하니 투자금을 포기하라는 말 같아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이번 규제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계속되면서 접속이 순간 마비되기도 했다. 한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은 지지자가 밤새 7만4000여명까지 모였다. 이들은 “정상적인 투자자들까지 불법 투기판에 참여한 사람들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정부가 우리의 꿈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