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계좌 단 2개에 7865억 기은, 계좌 30개 4920억 달해 빗썸, 코인원, 업비트 ‘둥지’ “공적기능 망각, 수익에 탐닉”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농협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공적성격이 강한 은행들에 개설된 가상화폐(가상통화) 거래소들의 계좌잔고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금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기준 6개 은행의 가상화폐 가상계좌 잔고는 2조670억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 잔고는 322억원으로, 그동안 규모가 64배 폭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잔고가 가장 많은 곳은 농협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일반계좌는 단 2개였지만 계좌 잔액이 7865억원에 달했다. 전체 잔고의 38.0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는 잔고가 수천억원대인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좌수가 적어도 잔고가 많은 이유다.
농협은 국내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3~4위권 대형사인 코인원의 주거래은행으로 알려졌다. 빗썸의 지난해 11월 월간 거래액은 56조원에 달했다.
가상계좌는 법인계좌의 자(子)계좌 형태로 개별고객의 거래를 식별할때 사용된다. 법인계좌 1개에 수많은 가상계좌가 있다. 대량의 집금이나 이체가 필요한 기업이나 대학 등이 은행으로부터 부여받는다.
두 번째로 잔고가 가장 많았던 곳은 기업은행이었다. 잔고는 4920억원(23.80%)이었으며 계좌 수는 30개였다.
기업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이다. 알트코인 등을 취급하며 국내최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표방하는 업비트는 최근 2개월 간 급성장했다.
국민은행의 잔고는 3879억원(18.77%)으로 세 번째로 가장 많았다. 계좌 수는 18개였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지난 해 7월 말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다”며 “이들 계좌와 금액은 거래소가 운영을 위한 거래 목적의 일반계좌로 가상계좌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잔고가 2909억원(14.07%), 계좌 수는 24개였다.
우리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일반계좌 수가 가장 많았다. 계좌 수가 34개에 달했고 잔액은 642억원(3.11%) 수준이었다. 계좌당 평균 잔액은 20억원이었다.
6개 은행 중 가상화폐 가상계좌 규모가 가장 적었던 산업은행은 계좌 수는 3개, 잔고는 455억원(2.20%)이었다.
은행구분별로 보면 농협,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1조3240억원으로 7430억원의 시중은행보다 많았다.
박용진 의원은 “가상화폐의 투기과열, 불법자금거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은행들이 이에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은 사실상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은행 자체적인 보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과열 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은 가상계좌 신규 발급과 기존 가상계좌의 신규 회원 추가를 차단했다. 기존 거래자는 실명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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