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기네스, 1755년 맥주사업 시작 -기네스북, 1951년 탄생 -천재적인 마케팅 사례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1>기네스=1759년 아일랜드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 가 만든 세계 최고의 스타우트 맥주
“최선을 다 했지만 길을 잃고, 삶이 칠흑 같은 어둠처럼 느껴질 때는 한 잔의 플레인(Plain)만이 유일한 벗이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작가 플란 오브라이언(Flann O’Brien)이 남긴 시의 한 구절이다. 여기서 플레인이란 1930년대 전쟁과 각종 사회적인 혼란 속에서 노동자 계층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던 포터 맥주를 의미한다.
18세기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포터’는 페일 몰트와 브라운 몰트로 만든 색이 짙은 맥주였다. 여러 맥주를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색의 짙은 정도가 다양했다. 오늘날 포터와 스타우트는 강한 풍미를 특징으로 하는 고급 맥주로 사랑받고 있지만, 아일랜드로 전파됐을 때에는 증류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가 편히 즐겨 마시던 ‘서민들의 술’이었다.
제품 로고에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하프 문양이 새겨져 있을 만큼 오늘날 아일랜드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아이콘이 된 ‘기네스’ 역시 영국식 흑맥주인 포터(porter)에서 시작됐다.
기네스의 창시자인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는 맥주 양조장의 감독관이었던 아버지 리처드 기네스의 슬하에서 자라며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맥주 양조에 대해 접했다.
이후 아서 기네스는 30세가 되던 해 대부로부터 물려 받은 100파운드의 유산으로 1755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레익슬립의 작은 양조장에서 맥주사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양조장과 방앗간, 맥아 제조소, 마구간으로 이뤄진 공장 바로 옆 제임스 거리는 더블린 운하의 종점이었고, 수십 년이 지나 맥주가 해외시장으로 수출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서 기네스는 맥주 양조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첫 걸음을 디딘 후 1759년 12월31일 더블린 시내에 낡고 허름한 시설로 방치돼 있던 세인트 제임스 양조장을 무려 9000년 동안 연간 45파운드의 금액에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아일랜드의 국민 맥주 ‘기네스’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는 양조장 인수 이후 초기에는 에일 맥주만을 생산했는데, 런던에서 촉발된 포터 맥주의 인기가 아일랜드에까지 이어지자 이후 포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803년 아서 기네스 경이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아들 아서 기네스 2세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기네스가 국민맥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일조했다.
아서 기네스 2세는 기존의 제조법을 바꿔 발아된 보리인 몰트가 아닌 볶은 보리를 재료로 사용해 깊고 씁쓸한 풍미를 가진 ‘드라이 스타우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술이 오늘날까지 전세계적으로 가장 독창적이면서 언제 어디서나 같은 감동을 선사하는 맥주계의 명품으로 불리고 있다.
기네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59년 수학자 마이클 애쉬(Micheal Ash)가 이끄는 기네스 연구 팀은 질소를 활용한 거품을 만들어내냈다. 이는 기네스를 세계 최초의 질소 거품을 활용한 맥주로 한 단계 발전시킨 계기가 됐다. 기네스의 가장 큰 특징인 두텁고, 단단한 거품이 바로 이 질소 덕분에 만들어지고 있다. 이 거품은 그 자체가 맛을 내기도 하지만, 맥주의 맛을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즉, 맥주와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 마지막 한 방울 맥주까지 같은 맛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1988년에는 영국 왕실 기술 대상에 빛나는 혁신적인 발명품을 개발했다. 바로 질소 발생 장치인 ‘위젯’(Widget) 이다. 기네스를 집에서도 최상의 맛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준 이 놀라운 장치는 반지름 1.25인치의 플라스틱 공 모양을 하고 있다. 기네스 캔을 오픈하는 즉시 맥주 표면 위로 떠오르며 질소 거품을 만들어낸다. 기네스 맥주를 따르고 난 뒤 기포가 아래로 내려앉는 듯한 서징 현상(Surging)도 바로 이 질소 때문이다.
기네스는 1759년 기네스의 양조장이 설립된 뒤 오늘날까지 약 258년 동안 더블린의 세인트 제임스 양조장 이외에도 약 50여 개의 장소에서 양조, 전세계 120여 개국에서 판매되며 맥주 업계를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랜 역사와 정통을 자랑하고 있다.
또 하나 기네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기네스북’이다.
천재적인 마케팅의 사례로 불리는 기네스북의 탄생은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네스의 대표이사였던 휴비버(Hugh Beaver)가 친구와 사냥을 하던 중 영국에서 가장 빠른 새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기네스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비버는 술집과 스포츠 클럽에서 떠들 법한 잡담들에 대해 통계자료를 얻기 위해 런던의 사실 확인 전문가 2명을 고용해 본격적으로 기네스북을 제작하게 된다. 이후 출시 되자마자 영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기네스라는 이름을 전세계적으로 알리게 되었다. 현재는 기네스와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날 기네스는 아일랜드에게, 또 전세계 맥주 애호가들에게 있어 단지 갈증을 해소하는 ‘맥주 한 잔’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9000년의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1만759년까지 아서 기네스의 이름으로 전세계의 맥주 애호가들에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깊은 풍미로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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