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전 달러 채권 미리 발행 영구채까지 달러로 조달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은행권이 최근 외화 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그 전에 미리 달러를 확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외화 채권 뿐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채까지도 달러로 발행해 자본 확충과 달러 조달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5년 만기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선순위 채권을 발행했다. 농협은행의 달러 채권 발행은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5억 달러 외화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채권 만기까지는 두 달 이상 남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금리가 높아지면서 조달 비용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해 채권 발행을 서둘렀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최초로 제시한 금리보다 15bp(1bp=0.01%) 낮은 2.875%로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제고하고자 올해 발행하려는 6000억원의 영구채 중 절반인 3000억 원(3억 달러 규모)을 달러로 발행키로 했다. 채권 뿐 아니라 자본까지 달러로 조달하는 셈이다. 영구채권은 원금상환 만기를 정하지 않고 이자만을 지급하는 채권으로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 5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채권이나 증권을 달러로 조달하고, 발행 시기 역시 앞당기는 것은 하반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올 연말께 한차례 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금리도 올라가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선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금리 인상 전 글로벌 유동성을 활용하려는 기대 심리도 크다. 외화 채권 뿐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까지 달러로 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권의 공급량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소화하지 못하다 보니 달러로 발행해 해외에서 투자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이 발행한 영구채 형태인 ‘무기명 무보증 무담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변제 순서상 채권과 주식 사이 정도로 분류된다. 발행하는 은행 입장에선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후순위 채권보다 순서가 밀리는 이른바 ‘후후순위 채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률이 높아야 하는데 국내 발행 영구채의 수익률이 기관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신용도가 높은 국내은행이 5% 내외의 배당을 주는 영구채를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영구채를 달러로 발행하는 것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호응이 좋기 때문”이라며 “저금리에 따른 발행 코스트도 낮아 달러 영구채 발행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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