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ㆍ유재훈 기자]지난 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색적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교수, 변호사, 노무사, 노동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 414명이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임명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노동, 환경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선에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이른바 ‘표값’을 내세우며 인사나 정책에 관여하고 자신들에 유리한 상황이 되도록 정부를 압박하고 자기몫의 지분을 요구하는 이른바 ‘지분정치’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광경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두달, 대선 지지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인수위도 없이 출발한 새 정부가 집권 초반 국정과제와 방향을 수립해가는 단계인 현 상황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켜야한다는 다급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때문에 요구수위는 촉구를 넘어 조직과 여론을 동원한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지난달 30일 총파업은 이른바 ‘표값’요구의 결정판이었다. ‘사회적 총파업’으로 명명된 이날 시위에서는 문 대통령의 거의 모든 노동관련 대선공약의 조속한 이행이 요구됐다. 최저임금 1만원을 비롯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재벌해체, 노동법 전면 개정 등 ‘5대 요구’를 내세웠다.
‘시민’을 앞세운 이익단체들은 이미 정책이나 인사에 개입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잠정 중지를 이끌어냈고, 산업부 장관 유력후보였던 조환익 한전 사장을 밀양송전탑 사건을 이유로 하마평에서 밀어냈다. 코레일과 SRT의 합병은 고객서비스를 후퇴시키고 국민 편익을 악화시키면서까지 민주노총이 대선에서 지원한 댓가를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SR 개통 이후 국민 편익이 강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위원장 인선에서도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지명이 불발되고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내정된 것도 금융노련의 반대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대선때 노동계에서 폐기를 주장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은 이미 없던 일이 되는 상황에 처했다.
시민단체의 입김이 세진 것은 시민단체와 대선캠프 출신 위주로 짜인 문재인 정부 1기 내각과도 무관치않다. 이낙연 총리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과 장관 후보자 18명 중 무려 70%인 12명이 대선 캠프 출신이다. ‘유시민(유명 대학ㆍ시민단체 출신ㆍ민주당 보은인사)’ 인사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부처 경험이 없고 실무 장악능력이 우려스럽다게 문제다.
특히, 국가 에너지정책 대전환을 불러올 ‘탈(脫) 원전’ 정책은 미래 신재생에너지 확산, 전력수급 등 여러 부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공론화 과정과 최종 결정을 ‘시민배심원단’에 맡기겠다는 방침은 환경.에너지시민단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들 이익단체들이 득세하면서 조직 이기주의가 활개를 치게되면 결국 정책이 왜곡되고, 이로 인한 국정혼란은 물론 국민 편익이 줄어들고 그릇된 정책에 혈세를 펑펑쓰면서 결국 국민만 멍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익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의 무리한 대가성 요구는 또한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J노믹스’의 힘을 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아이디어를 두루 발굴하고, 이들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거버넌스 체계에 끌어들이는 것은 한단계 진일보한 것이지만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곳곳에서 돌출되는 이익단체들의 요구는 갈길 바쁜 새정부의 질서있는 국정에 발목을 잡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무조건 요구를 들어주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시기를 협의, 조정하는 논의의 테이블을 통해 막무가내식 요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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