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목요일 1~3시간 연장근무 금요일엔 1~3시간 조기퇴근 직원들 만족도·업무효율성 사내눈치법·인사관리 애로 발목 유연근무제 도입기업 22% 불과 일가정 양립위해 관행개선 시급
반도체장비를 만드는 (주)지디의 직원들은 작년 7월부터 금요일에는 3시30분에 퇴근한다. 월~목요일은 연장근무를 하고 금요일은 단축근무하는 선택근무제 탓이다. 장시간 근로문화를 바꾸고 직원들의 육아부담 나누기와 자기계발을 위해 도입했는데 직원 만족도와 업무효율성이 높아 노사 모두 ‘윈윈’이다. 정보통신기술 서비스회사인 아이씨티웨이도 월~목요일 중 1~3시간 연장근무하고 금요일에 1~3시간 조기퇴근하고 있다. 육아, 장거리 출퇴근 직원들이 좋아하고 업무성과도 높아졌다. 이 회사는 재택ㆍ원격근무도 도입해 유연근무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시간선택제를 비롯,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활용하는 ‘시차출퇴근’, 월~목요일간 총 34시간 범위내에서 자유출퇴근하고 금요일 4시에 조기퇴근하는 탄력적 근로, 재량근로, 원격근로, 보상휴가제 등 다양한 유형의 유연근무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재량근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이고, 보상휴가제는 매일 30분씩 연장근무하고 금요일에 연장근로시간의 1.5배인 3시간의 보상휴가를 쓰는 것이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2013년부터 시간선택제, 유연·재택근무 지원 등 근로시간·장소 유연화 지원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서 2012년 2092시간이던 연간근로시간이 2015년 2071시간으로 줄어드는 등 장시간 근로관행이 다소 개선됐다. 유연근무 활용률 등을 요건으로 하는 ‘가족친화 인증기업’도 2012년 253개에서 2016년 1828개로 늘었다. 시간선택제 채용·전환으로 인건비를 지원받은 기업이 2013년 319개에서 2016년 5193개로, 지원인원은 1295명에서 1만3074명으로 크게 늘었다. 유연·재택근무 시 인건비 지원기업은 2016년 101개, 지원인원은 657명이다. 일가정 양립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제도는 갖춰져 있으나 소위 ‘사내눈치법’, 인사관리 어려움 때문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부의 시간선택제 수요조사 결과, 법으로 제도화된 임신·육아기 단축근무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55.6%(2016년 기준)로 절반을 넘었다. 유연근무는 그나마 공공부문, 대기업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을뿐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실시율이 급격히 낮아져 중소기업은 딴 세상 얘기다.
이로 인해 전체기업중 유연근무제 미실시 기업이 78%(2016년)에 달하고,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10.8%(2014년)로 OECD 국가 중 25위에 불과하다.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OECD 평균이 15.4%다. 앞서가는 네덜란드(39.7%), 호주(24.5%), 영국(23.4%) 등은 20%를 훌쩍 뛰어넘는다. 우리나라는 남성·전일제 중심의 장시간 근로관행이 고착화돼 세계 최고수준의 연간 근로시간을 자랑한다. 주 3일 이상 연장근로 비율이 43%에 이르는 등 다수 근로자가 잦은 야근을 한다.
이같은 장시간 근로와 경직적 조직문화는 개인의 행복은 물론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13년 노동생산성 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국 중 25위(29.9달러)에 그친다.
특히, 장시간 근로는 일ㆍ가정 양립을 가로막는 핵심요인으로 여성의 경력단절과 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를 유발한다. 2016년 190만명에 달하는 경단녀의 91%가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경력단절 사유로 꼽았다.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로 ‘M-커브’ 현상이 나타나고, 여성고용률(55.7%)은 남성(75.7%) 및 OECD 평균(58.6%)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유연근무 확산이 필요하다”며 “장시간 근로, 경직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일가정 양립이 성공할 경우 저출산 극복도 동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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