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업체에게 콘솔게임 시장은 불모지다.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할 자국 시장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어지는 게임 시장의 급성장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선택과 집중을 했고, ‘언젠가’ 진출해도 되는 콘솔 시장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부하는 한국은 스스로 창조한 시장을 키우는데 더 집중했다.한국의 온라인-모바일 사랑은 여전하다. 스마트폰을 앞세운 모바일게임에 관심이 몰렸고 대형 업체들은 해외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업체와 손잡고 IP(지식재산권)를 확보했다. 중소게임업체 역시 저마다의 색채로 물들인 모바일게임 개발에 분주하다.이런 상황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개발사의 콘솔시장 진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스트플로어, 블루홀, 조이시티, 로이게임즈 등 다수의 국내 업체들이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국 콘솔게임 잔혹사
▲넥슨은 엑스박스360으로 던전파이터 라이브: 헨돈마이어의 몰락을 출시했었다한국 게임 업체가 처음부터 콘솔게임 시장을 배척한 건 아니다. 온라인게임으로 체력을 다진 일부 업체가 콘솔게임 시장을 두드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넥슨이다.넥슨은 지난 2012년 7월 ‘던전파이터 라이브: 헨돈마이어의 몰락’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게임기 ‘엑스박스360’으로 출시했다. 인기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콘솔게임으로 이식했다. 단, 기획력과 게임성의 미비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처음부터 콘솔게임을 노린 업체도 있다. 최근 VR게임 사업을 강화 중인 스코넥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닌텐도의 휴대용 콘솔게임기 3DS용으로 ‘마법천자문DS’를 발매해 큰 성과를 냈다. 2002년부터 일본 콘솔게임 업계와 손잡고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청한 노하우가 빛을 봤다.◆ 다시 부는 콘솔 훈풍
▲개발 중인 한국산 콘솔게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화이트데이: 스완송, 베리드 어 라이브, 테라, 3on3 프리스타일한국 게임업체는 콘솔게임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소수의 작품을 출시해 성과를 냈지만, 인지도를 올리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으로 게임의 콘텐츠 개발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콘솔게임의 특징인 기승전결을 완성하는데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지속적인 콘텐츠 확충이 특징인 온라인게임과 시작과 완결이 확실한 콘솔게임의 온도차를 극복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 일부 한국업체가 콘솔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로이게임즈 ‘화이트데이VR’을 시작으로 넥스트플로어의 ‘키도: 라이드 온 타임(이하 키도)’ ‘베리드 어 라이브’ ‘창세기전’ 시리즈 등이 세계 콘솔 시장을 정조준 했다.최근에는 블루홀의 ‘테라’ 콘솔 버전 연내 출시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조이시티는 지난해 12월 대표작 ‘프리스타일’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콘솔게임 ‘3on3 프리스타일’를 출시해 북미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국 콘솔게임 사업의 현 주소는?
▲한국업체의 콘솔시장 진출 기폭제가 된 플레이스테이션VR그렇다면 최근 콘솔게임에 대한 도전이 늘어난 것은 어떤 연유일까. 이는 콘솔게임이 VR기기 플랫폼으로서 확대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콘솔기기는 완성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이다. PC나 스마트폰과 달리 같은 종류의 기기라면 하드웨어 사양이 모두 동일하다. 이는 가상현실(VR) 기기와 맞물려 뜻하지 않은 장점으로 떠올랐다.VR기기는 최초 설치시 복잡한 설정이 필요하다. 하드웨어 사양이 다르면 설정도 달라져, VR기기 설치는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대중적인 놀이인 게임과는 반대되는 특징이다.반면, 모두 같은 하드웨어 사양을 가진 콘솔기기는 VR의 약점을 극복하는데 최적화된 기기로서 부각됐다. 콘솔 플래폼 홀더인 소니는 아예 VR시장을 선점하겠다며 발 빠르게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출시했다.기기는 출시했지만 문제는 남았다. 바로 콘텐츠 부족이다. VR이 새로움을 품은 신선한 플랫폼이지만 즐길 콘텐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VR플랫포머(VR기기 사업자)는 자신의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주력했고, 이는 새로운 시장을 원하는 한국 게임업체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서로 부족한 점을 메우는 WIN-WIN(윈윈) 전략이다. 한국에 VR을 중심으로 콘솔게임 개발 열풍이 부는 것은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여전히 거대한 글로벌 콘솔시장뉴주(Newzoo)리서치에 따르면 콘솔 게임의 세계 시장 규모는 275억 달러(약 32조 2200억원)이며 특히 북미·유럽의 시장 규모는 114억달러(약 13조 564억원)로 전체 규모 중 48%를 차지한다. 한국 전체 게임시장이 10조원 규모인 것과 비교되는 규모다. 콘솔게임 흥행이 온라인-모바일에 집중된 한국업체의 약점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부의 시선이다.콘솔게임의 장점은 또 있다. 바로 새로운 IP를 발굴하기 쉽다는 점이다. 콘솔게임은 시작과 결과, 이에 따른 인과관계를 풀어나가는 게임이다. 잘 만든 콘솔게임은 하나의 상품으로서 생명력을 얻는다. 최근 화제인 IP가 되는 것이다.한국업체는 최근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명 IP는 게임 흥행에 최초 장벽인 ‘게임 알리기’를 해결해 준다. 수익률이 낮은 IP기반 게임이란 약점이 성공확률이란 장점보다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이런 IP를 외부에 기대는 것은 임시방편이며, 자체적인 IP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업체의 숙원이다.◆ 의미 있는 도전, 영역확장으로 이어질까
▲대표적인 콘솔게임기기 3종.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원, 닌텐도 스위치현재 개발소식이 발표된 한국산 콘솔게임은 대부분 과거 유행한 IP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다. IP 강화란 목적이 보이지만, 속내는 리스크(RISK, 위험)감소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콘솔게임 후발주자 입장에서 새로운 IP를 처음부터 내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플랫포머의 지원이 있더라도 투자된 개발비를 무시할 순 없다. 따라서 개발비 감소와 흥행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IP를 활용하는 전략이 콘솔게임 진출 전략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사용되는 IP기반 전략과 닮았다.신규 IP 창출을 위한 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업체들은 패키지가 아닌 다운로드 전용(DLC) 게임으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작은 게임인 만큼 위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를 통해 시장의 환경을 익히고 노하우를 축적하는 후발주자로서의 체력 쌓기에 돌입한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첫 도전부터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먼저 콘솔시장의 생태와 개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블루홀처럼 도전적인 업체도 있다. 전 세계 2,500만명의 이용자가 즐긴 ‘테라’로 콘솔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적인 행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콘솔 뿐만 아니라 PC온라인, 모바일, VR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콘솔시장에 도전해 미래시장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며 “정체된 국내 게임시장을 타개하고,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게임만들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아직 한국 게임업체의 콘솔게임 도전은 걸음마 수준이다. 불모지인 콘솔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벤처(도전)산업의 으뜸으로 꼽혔던 게임산업은, 작은 도전이 쌓여 결과를 만들어 낸 역사가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